가계 빚이 지난 2분기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돌파했다. 커지는 자산 격차에 부동산과 자본시장에 ‘올인’ 투자가 일어났고, 한편에선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해소용 융자도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 주담대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가시화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말(1764조6000억원)보다 41조2000억원(2.3%) 증가한 수치로, 1분기 증가액 36조7000억원보다 4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68조6000억원(10.3%) 증가하며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 신용은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금액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말한다. 가계대출의 경우 170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7조3000억원 늘어난 948억3000억원으로, 1분기 증가 폭(20조4000억원)보다는 증가세가 주춤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1조3000억원이나 증가한 757조원을 기록하며 1분기 증가 폭(14조3000억원)보다 급증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의 공모주 청약 수요가 폭증한 데 따른 것으로, 레버리지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관련 자금 대출 수요가 이어진 데다 4월 대기업 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까지 겹쳐 가계신용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예금은행의 주담대 증가 폭은 1분기 15조원에서 2분기 4조8000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반면 기타금융기관 주담대는 3조7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기타금융기관에는 보험과 연기금, 여신전문회사, 공적금융기관 등이 포함된다.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규제로 인해 풍선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송 팀장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줄어든 데는 정책 모기지론이 주택금융공사 등으로 양도된 특수한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며 “기타금융기관에서는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모지기론 취급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생명의 경우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채권이 전년 동기보다 4.4% 늘어난 39조6012억원을 기록했다. 당국과 협의한 총량 증가 폭 4.1%를 넘어선 것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이 2조원 이상 증가한 데 기인했다. 이날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회원사의 대출 담당 임원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련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총량 증가 폭을 재확인하고, 보험사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판매신용의 경우 잔액이 10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2조7000억원(2.7%) 증가했다.
여기에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2.4%를 기록했다. 2018년 12월(2.4%) 이후 최고치다.
강준구 조민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