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고장은 물이 깨끗하고 공기가 맑다. 전남 화순에는 무등산을 비롯해 백아산 화학산 만연산 안양산 옹성산 모후산 등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명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산은 비 온 뒤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폭포를 간직하고 있다.
먼저 화순 동북쪽에 솟아 전남 곡성과 경계를 이루는 백아산(해발 810m). ‘흰 백(白)’에 ‘거위 아(鵝)’를 쓴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하얀 바위 봉우리들이 멀리서 보면 ‘흰 거위들이 모여 있는 모습’ 같아 얻은 이름이다. 이 산에 마당바위(756m)와 절터바위를 잇는 ‘하늘다리’가 놓여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아스라하다. 길이 66m, 폭 1.2m 다리로, 이름처럼 높게 솟은 두 바위 사이 허공을 가른다.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은 130명이다. 다리 중앙에 강화유리로 가로 40㎝, 세로 1m 규모 조망창을 만들어 허공을 걷는 듯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콩닥콩닥하는 가슴을 안고 아슬아슬 건너면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고 일상의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마당바위는 6·25전쟁 당시 빨치산 주둔지였다. 토벌대와 빨치산이 마당바위에서 혈전을 치러 안타깝게도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하늘로 돌아간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하늘다리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아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풍광은 시원하다. 발아래 북면의 마을이 한눈에 조망되고 고개를 들면 주변의 명산이 시야에 잡힌다. 가까이로는 화순적벽을 품고 있는 옹성산과 멀리 모후산 무등산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사방이 탁 트이는 풍광 덕분에 쉬어가는 이들이 많다. 마당바위를 내려서면 삼거리다. 봄이면 신록과 더불어 연분홍 철쭉이 만발하는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 남짓이다. 산죽밭을 지나 한동안 걸으면 백아산 정상에 다다른다. 미끈한 암봉은 아니지만 깨끗한 화강암으로 뒤덮인 멋진 조망처다. 동편으로는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굽이굽이 능선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일망무제의 조망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백아산 서남쪽 용촌(龍村)마을에 숨겨진 폭포가 있다. 물줄기는 가늘지만 높이 15m에 이르는 작지 않은 폭포다. 비가 내린 뒤에 가면 꽤 우렁찬 폭포를 볼 수 있다. 폭포 아래 소(沼)는 울창한 숲에 덮여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다.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은 광주와 전남 화순·담양군에 걸쳐 있다. 화순에 속하는 무등산에 시무지기폭포가 있다. 시무지기는 ‘세 무지개’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비가 내린 뒤 햇빛이 비치면 폭포 위로 세 개의 무지개가 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무등산 최고봉 천왕봉(1187m)에서 물줄기가 시작돼 규봉암 아래 해발 700m인 이곳에 이르러 72m의 물줄기로 낙하하면서 장관을 이룬다. 평상시에는 수량이 적어 물줄기가 약하지만 비가 온 뒤에는 산 아래 화순군 이서면에서도 멀리 하얀 폭포의 물줄기가 보인다.
절벽 위 숲속에서 시작해 요란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는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그저 바라만 보아도 시원하다. 수량이 많은 날 폭포는 상단 중단 하단으로 45도 각도로 내려오다가 마지막 하단부 7m에서 90도로 떨어지는 수직 폭포를 이루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화순 남쪽 나주와 경계를 이루는 도암면에 봉하마을이 있다. 봉학동마을의 ‘봉’과 하고기마을의 ‘하’를 합쳐 봉하마을이라 부른다. 봉학동마을은 마을의 생김새가 봉황이 날아가는 형국이라 지어졌다. 하고기마을은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 마을 광덕산(379m)과 소반바위산(492m) 골짜기에도 숨은 폭포가 있다. 수락폭포와 마고할미폭포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 산 중턱 암반 위에 하얗게 걸린 수락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따라 끝까지 가면 미륵암이 있다. 바로 앞 골짜기에 폭포가 하나 있다. 폭포 앞 나무데크 다리를 건너 산길로 올라서면 곧바로 수락폭포다. 거대한 역암의 벼랑을 따라 세찬 물줄기가 흰 비단을 걸쳐놓은 것처럼 쏟아진다. 가까이 다가가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위압적이다. 수락폭포 입구 이정표를 따라 300m만 더 가면 마고할미폭포다. 폭포 바로 앞에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 화학산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도 있다.
여행메모
백아산 들머리의 목장·휴양림 꼽혀
유황 성분 함유 화순온천 둘러볼 만
백아산 들머리의 목장·휴양림 꼽혀
유황 성분 함유 화순온천 둘러볼 만
백아산 들머리로는 백아산관광목장과 백아산자연휴양림이 꼽힌다. 관광목장 인근 아산목장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다. 자가용으로 간다면 관광목장에서 출발해 하늘다리를 건너 백아산 정상에 다녀온 뒤 관광목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좋다.
호남고속도로 옥과나들목에서 빠져나가 15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관광목장 입구임을 알리는 커다란 아치형 팻말이 보인다. 관광목장에서 하늘다리까지 2.7㎞, 정상까지 3.5㎞다. 백아산자연휴양림은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휴관 중이다.
백아산 ‘15m 폭포’는 용촌마을 느티나무에서 왼쪽 길로 올라서면 된다. 길 끝에 염소농장이 있다. 그 왼쪽으로 계곡에 내려서면 간이 시멘트 다리가 있다. 왼쪽에 폭포가 보인다. 백아산 인근에 물염정, 화순온천 등도 둘러볼 만하다. 물염적벽의 물염정은 물염 송정순이 16세기 중엽에 건립한 정자로 물염(勿染)은 세상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고 티끌 하나 속됨 없이 살겠다는 뜻이다. 김삿갓이 즐겨 찾던 정자로도 유명하다. 화순온천은 유황 성분을 함유해 피로회복, 피부병 등에 탁월한 효능을 자랑한다.
시무지기폭포는 화순군 이서면 영평마을 상상수목원에서 출발하면 가깝다. 내비게이션에 호렙산수양관을 입력하면 찾기 쉽다. 1.73㎞ 거리다. 마고할미폭포는 봉하마을을 찾아간 뒤 미륵암을 알리는 간이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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