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결과로 지난달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유럽 대홍수 같은 극단적인 기상 이변 발생 가능성이 최대 9배까지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비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선진국들조차 대규모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국제 전문가 단체 ‘세계기상원인분석(WWA)’ 연구진은 23일(현지시간) 기후변화가 강우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업화 이전 시기의 기온과 온실가스 배출 등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은 오늘날의 기온을 비교한 결과 섭씨 1.2도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할 때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이변 빈도가 잦아졌을 뿐 아니라 그 강도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현재와 같은 기후 환경에선 유럽 대홍수와 같은 수해 발생 가능성이 최소 1.2배에서 최대 9배까지 높아졌고 강우량 또한 3~1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대홍수 당시 독일 아어강과 에르프트강 인근에선 하루 강우량이 최대 93㎜를 기록했다. 평소 한달 치 강우량에 준하는 수치였다. 벨기에 뫼즈강 주변 지역은 이틀에 걸쳐 106㎜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선진국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이번 연구가 인류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데라이크 오토 옥스포드대학 환경변화연구소 부소장은 “기상이변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번 대홍수는 선진국들조차 극단적인 기상 환경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마르텐 반 알스트 적십자 기후센터(RCRCC) 소장은 “내년에는 이 같은 기상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듯 홍수 위험 관리와 사전 대비, 조기 경보 시스템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곳곳에선 폭염, 산불, 홍수 등 기상 이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허리케인 ‘헨리’가 강타한 미국 동북부 지역에선 기록적인 폭우로 최소 22명이 숨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테네시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난달 미 서부 지역과 캐나다에선 열돔 현상에 따른 폭염으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터키, 그리스 등 남유럽 지역에선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이 장기간 지속돼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