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4일 3년간 240조원 들여 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임을 천명함에 따라 주춤했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앞으로 3년이 새로운 미래질서가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에 과감한 투자와 M&A를 통해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산업이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므로 투자를 통한 기술 격차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삼성은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사실상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투자는 한 번에 수조원 이상으로 규모가 크다. 때문에 M&A나 공장 건설 같은 투자 결정은 전문경영인이 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부재 기간 반도체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 복귀 이후 공격적 투자를 선언한 만큼 1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반도체(파운드리) 공장 투자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오스틴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세금 감면과 인센티브 등을 두고 막판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내 의미 있는 M&A’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한때 인수를 검토했던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에 대해 여전히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 NXP의 몸값이 680억 달러(약 80조원)까지 치솟은 것은 부담이지만, 반도체 부족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고려하면 빠르게 결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단기 시장 변화보다는 중장기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R&D)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시스템 반도체는 기존의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메모리는 14나노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의 신제품으로 기술은 물론 원가 경쟁력 격차를 확대하고 혁신적인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투자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 공정 조기 양산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모바일 중심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대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