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가운데 도쿄올림픽을 치러낸 인류가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신체와 인식의 장벽에 굴복하지 않은 장애체육인의 투혼과 환희를 그려낼 도쿄패럴림픽이 24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성화를 밝히고 13일의 열전에 들어갔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4개와 종합 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패럴림픽은 1960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부터 시작됐다. 1896년에 시작된 올림픽보다 64년이 늦었지만, 이후 빼놓지 않고 개최됐다. 도쿄는 1964년 대회 이후 두 차례 패럴림픽을 개최한 최초의 도시가 됐다. 다만 도쿄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1년간 순연됐다.
도쿄패럴림픽 참가국 수는 162개다. 당초 180개국 이상이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북한, 통가, 사모아 등 일부 국가패럴림픽위원회가 불참을 결정했다. 북한의 경우 올림픽·패럴림픽 출전을 모두 포기했다. 국가패럴림픽위원회 단위의 참가국 외에도 6명으로 구성된 난민 선수단이 패럴림픽에 출전한다. 이들은 22개 종목에 걸린 539개의 메달을 경쟁한다.
개회식 공연은 ‘우리에게 날개가 있다’(We have wings)를 주제로 펼쳐졌다.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상생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계에 알리고 선입견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달 23일 올림픽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나루히토 일왕이 이날 패럴림픽 개회를 선언했다.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참석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중을 들이지 않은 객석을 채웠다. 패럴림픽 경기도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IPC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출국 길이 가로막힌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의 뒤늦은 합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개회식에선 평화와 연대의 뜻을 드러낼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등장했다. 선수단은 끝내 참석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도쿄패럴림픽 태권도와 육상에 1명씩 모두 2명의 선수를 파견할 예정이었다. 태권도는 대회 후반부인 다음 달 4일까지 사흘의 일정으로 편성돼 있다. 아프가니스탄 여자 태권도 국가대표 자키아 쿠다다디의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게나마 열려 있다. 패럴림픽 태권도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는 “쿠다다디를 출전자 명단에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은 개회식에서 전체 참가국의 중간인 81번째로 입장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참가자는 최소화됐다. 보치아 국가대표 최예진과 그의 경기 파트너인 어머니 문우영씨가 태극기를 들고 한국 선수단을 인솔했다.
한국은 금메달 4개, 은메달 9개, 동메달 21개를 수확해 종합 순위 20위 안에 진입할 목표를 세웠다. 효자종목인 탁구,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보치아에서 메달이 기대된다. 다만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출전한 보치아 국가대표 노영진은 이날 건강 문제로 귀국했다.
남자 휠체어 농구 대표팀은 2000년 호주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패럴림픽 본선에 진출해 또 한 번의 승리를 조준하고 있다. 도쿄패럴림픽을 통해 정식 종목으로 진입한 태권도에서 종주국의 위상을 찾을 메달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