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방식에 따라 정부 통계를 작성한 결과 지난달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평균 매매가와 전셋값 시세가 한 달 만에 약 3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동산대책으로 인한 전세난과 집값 상승으로 빌라가 주목받으면서 집값 상승 폭도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 주거난이 점차 심화하는 가운데 부정확한 통계에 가려져 있던 실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24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3가 한국부동산원의 연립·다세대 평균 매매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평균은 지난달 3억4629만원으로 전달보다 28.1% 올랐다. 특히 서울 강북 도심권(종로구·중구·용산구) 빌라 매매가는 4억9013만원으로 전달보다 37.9% 상승했다. 강남 동남권(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과 서남권(양천구·강서구·구로구·금천구·영등포구·동작구·관악구)의 빌라 매매가는 각각 5억547만원, 2억9015만원을 기록하며 33.7%, 32.1% 올랐다.
평균 전셋값도 2억4300만원으로 무려 31.5% 치솟았다. 강북 도심권(3억4642만원)이 56.9%, 강남 동남권(3억5486만원)이 42.1% 급등했다. 강북 서북권(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과 동북권(성동구·광진구·동대문구·중랑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노원구)은 각각 21.0%, 21.1% 상승해 전셋값이 2억1012만원, 1억9476만원에 달했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1월 이래 지난달 서울의 평균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률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높다. 올 들어서도 상승률은 지난 2월 0.32%, 3월 0.47% 등 꾸준히 1% 안쪽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들어 28.1%로 급격히 뛰었다. 한 달 사이 집값이 그만큼 오른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집값과 전셋값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부동산원이 지난달부터 표본 확대·재설계를 통해 주택가격동향 조사 방식을 바꾼 영향으로 보인다. 다방은 “이번 조사에선 연립·다세대의 월간 표본 규모는 6350가구로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률이 뛴 것은 표본을 재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액 분포를 고려해 모집단에 새로운 표본을 추출하자 매매가와 전셋값 변동 폭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그만큼 최근 빌라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빌라는 전세난이 촉발한 집값 연쇄 상승 이후 실수요자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거래량부터 아파트를 압도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5847건으로 아파트(5796건)를 넘어선 후 매달 아파트보다 많이 거래되고 있다. 4월은 5711건으로 아파트(3665건)보다 2000건 이상 많이 거래됐다. 빌라 매매나 전셋집을 노리는 실수요자 주거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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