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등섬 바라보며 즐기는 ‘장흥의 맛’ 죽여준당게요

입력 2021-08-25 20:50

전남 장흥은 시원한 바다와 고요한 숲, 아름다운 산을 모두 품고 있어 언제 가도 좋다. 별미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열무와 된장으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된장물회, 건강식인 갯장어샤부샤부, 장흥의 대표 식자재인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이 어우러진 장흥삼합 등 특별한 먹거리가 가득한 ‘맛라도’이다.

고소한 맛이 일품, 된장물회

장흥의 된장물회는 흔히 보는 빨간색 물회와 조금 다르다. 전통적으로 담근 된장국물에 육질이 부드러운 횟감으로 만들어진다. 된장이 들어간다니 의아하겠지만,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잘 어울린다. 된장과 상큼한 열무김치가 어우러져 식감은 아삭하면서도 쫄깃하고 맛은 고소·담백하다. 그냥 먹어도,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된장물회는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준비해간 김치가 시어 버려 잡아 올린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농어새끼, 돔, 뱀장어 등 싱싱한 생선이면 가리지 않고 넣어 먹었지만 식당에서는 대부분 농어새끼를 재료로 쓴다. 된장물회에는 국수사리가 기본으로 나온다. 된장물회에 풀어서 먹으면 소문난 냉면 못지않다.

남녀노소 건강식, 갯장어샤부샤부

갯장어는 겨우내 깊은 바다를 떠돌다가 여름이 시작되면 산란을 위해 남해 연안으로 올라온다. 장흥의 남쪽 안양면 여다지 해변은 한국관광공사가 가장 깨끗한 갯벌로 선정한 곳이다. 이곳에서 장흥 장어가 잡힌다. 갯장어잡이를 개시하는 5월 초부터 맛볼 수 있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A가 풍부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건강식으로 꼽힌다. 뱀장어나 붕장어에 비해 가시가 많아서 먹기에 좀 불편하지만 맛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갯장어는 회로도 많이 먹지만, 샤부샤부로 먹는 게 더 맛있다. 일본 요리 ‘유비키’를 따라 한 것이지만 장흥의 요리법은 약간 다르다. 유비키는 끓는 물에 장어를 데치지만, 장흥에서는 대추와 당귀, 엄나무 등 약재와 표고버섯, 부추 등 채소가 들어간 보글보글 끓는 육수에 갯장어 살을 담가 살짝 익혀 먹는다

갯장어 다듬는 요령은 이렇다. 갯장어 머리와 뼈를 발라내고 5㎜ 간격으로 촘촘하게 칼집을 넣는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친 갯장어가 함박꽃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려 더 예쁘게 먹을 수 있다. 너무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에 살짝 익혀 먹는 게 좋다. 부드럽게 허물어지면서 특유의 담백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진다. 자색 양파나 상추, 묵은지에 싸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샤부샤부를 맛본 후에는 죽이나 면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속이 든든해진다.

키조개·표고·한우의 장흥삼합

대개 삼합이라 하면 암모니아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 수육, 묵은지를 한 입 거리로 싸서 먹는 음식을 떠올린다. 장흥의 삼합은 재료부터 다르다. 홍어 대신 키조개 관자를, 돼지고기 수육 대신 등급 좋은 한우를, 묵은지 대신 장흥 특산물 표고버섯을 함께 싸 먹는 색다른 삼합이다.

비옥한 갯벌에서 자란 키조개 관자의 부드러움과 참나무에서 키운 표고버섯의 쫄깃함, 한우의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따로 먹을 때보다 더 깊은 맛을 내는 장흥의 대표 보양 음식이다.

신선한 재료다 보니 너무 익지 않게 구워서 쌈장이나 양념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풍미가 입안 가득 느껴진다. 겨자를 푼 간장이나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더 짙어진다. 정남진 토요시장에 장흥삼합을 하는 집이 많다. 소고기는 별도로 구매해서 음식점에서 삼합 세팅 비용을 지불하고 먹는 경우가 많다.

한우는 그 자체로도 장흥의 으뜸 별미다. 장흥은 인구보다 한우가 많을 정도로 한우의 고장이다. 1등급 이상 한우가 78.56%에 달해 전국 2위다. 표고버섯도 전국 생산량의 10%나 차지한다. 한우가 좋으니 소머리국밥도 좋다. 여러 차례 토렴해 정성껏 내온 국밥 한 그릇이면 배가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