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시중은행에 이어 증권사도 일부 대출을 중단하고 나섰다. 또 당국이 카드사의 대출 조절도 당부하는 등 대출 옥죄기가 전 금융사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23일부터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에 대한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 소진에 따라 담보대출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한 NH농협은행에 더해 NH투자증권도 역시 신용공여 한도 소진 탓에 지난 12일부터 신규 증권 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두 증권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대출 잔고는 요건 충족 시 만기 연장이 가능하며, 매도 담보 대출 역시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달 증권담보융자 신규 대출 및 약정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자본시장법 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100%는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제한된다. 저금리 장기화와 자산 양극화로 빚투 열풍이 거세게 불자 신용공여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는 상태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고는 2019년 9조2133억원에서 지난해 19조2214억원으로 1년만에 10조원 이상 급증한 뒤 올해 들어서도 확대일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3일 25조95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25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20일 25조1957억원을 기록하며 4거래일 연속 25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유동성 회수와 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가 하락장에 들어설 경우 막대한 개인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별로 각자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있는 만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외에 카드사에도 추가로 ‘대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 5개 신용카드사에 따르면 상반기 카드론 잔액은 24조78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조2499억원)보다 11.4% 증가했다.
강준구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