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처럼…’ 고교학점제 남은 3년, 대입 개편 불가피

입력 2021-08-24 00:04

교육부가 23일 내놓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계획’은 고교학점제(이하 학점제)를 현장에 조기 적용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2025년 전면 도입에 앞서 단계적으로 학점제 요소를 학교 현장에 도입해 제도를 연착륙시키려는 의도다. 교육부는 “학점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당장 내년에 도입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3년의 준비 기간이 있으므로 차분하게 준비하면 학점제를 둘러싼 우려들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먼저 교육부는 학점제 요소를 일부 도입하는 연구·선도학교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 일반계 고교의 55.9%(939개교)가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돼 있다. 내년에는 이를 83.8%(1408개교)로 늘릴 방침이다. 2024년에는 전국 모든 일반계고가 연구·선도학교로 학점제를 도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는 수업량 기준을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하고 수업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현행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졸업 기준을 낮춘다. 2023년 고교 신입생(현재 중학교 2학년)은 고교 3년 동안 170시간, 2025년 고교 신입생(현재 초등 6학년)은 330시간 감축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수업시간표 편성 예시’를 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7교시가 진행되는데 이 가운데 화·수·목요일은 매일 한 시간씩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고교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수업을 이동하며 듣다가 공강 시간에는 ‘홈베이스’(자신의 학급이 수업에 활용될 때 학생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르며 휴식하는 공간)나 도서관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거나 교사와 상담하는 시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교육부는 공강 시간을 담당할 교사와 장소, 등교 시간 등을 담은 공강 운영 방안을 마련해 일선 학교에 안내하기로 했다.

교원 대책도 준비된다. 먼저 학교의 교육과정 기획을 담당할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를 내년까지 학교당 1명 이상 양성하기로 했다. 320명 수준인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는 올해 1000명, 2022년에는 1600명으로 순차적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학생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순회·겸임교사를 탄력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교원수급계획에는 개설과목 증가, 학업 설계, 미이수 지도 등 학점제 교원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농어촌이나 소규모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원 추가 배치가 검토된다. 아울러 6개 교원단체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월 1회 회의를 열고 교원 업무 경감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고교 교원 등을 대상으로 학점제 운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함께 연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학점제용 대입제도는 2024년 2월 확정된다. 이에 앞서 올해 하반기 발표되는 새 교육과정(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사항에서 ‘미래형 평가 로드맵’을 제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평가 방향, 학생부 기재 및 수능 과목구조, 평가 방법, 대학의 전형제도 설계방식 등 대입개편 주요 내용들을 순차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신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대입제도 자체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대입 제도는 안정적이어야 하므로 2025년 고교 신입생부터 변화가 있고 그 이전까지는 내신 평가를 동일하게 유지해 학생의 혼란을 막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점제를 위한 공간은 ‘교과교실제’ ‘학교공간혁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통해 2024년까지 1929개교(일부 학교 중복 지원)에 여건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점제는 학생 선택을 존중하는 학생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체화한 것으로 우리 교육의 큰 전환점”이라며 “2020년 마이스터고, 내년 특성화고, 2025년 일반계고에 도입되는 데 특히 일반계고는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만큼 오늘 방안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