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는데 선물 상한액은?… 고민 커지는 김영란법

입력 2021-08-24 04:06

추석 명절을 앞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시 상향 여부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처럼 10만원인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일시적으로 20만원까지 상향하자는 주장이 비등하다. 여기에 최근 국제식량가격 및 국내 농축수산물 물가가 급등하면서 선물가액 상향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농식품을 아예 제외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청탁금지법의 공익적 가치와 코로나19로 위축된 농업인들의 경제적 가치가 맞부딪히는 형국이 재연되고 있다.

농업계나 농정당국은 경제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 명절에 한해선 농식품 선물가액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거가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선물가액을 처음으로 상향 조정한 지난해 추석 농식품 선물 판매액은 2019년 추석보다 304억원(7.0%) 증가한 464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우 등 고가 상품이 많은 축산식품의 판매액 증가율이 10.5%로 가장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선물 수요가 증가한 올해 설의 경우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올해 설 농식품 선물 판매액은 지난해 설보다 897억원(19.3%) 증가한 5545억원에 달했다. 축산식품(23.2%)과 과일(23.2%) 판매액의 경우 지난해 설과 비교해 20% 이상 늘어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 기간이 길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만큼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내외 물가가 급등한 점도 선물가액 상향 필요성을 부추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5월까지 1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원료 가격이 오르며 단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국내적으로는 사과·배 등 추석 성수품을 위시한 농식품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2%를 상회했다. 농식품 선물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정치권 역시 필요성에 공감하고 나섰다. 여야 의원들은 각각 명절에 한해 선물가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아예 농식품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빼자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농업인을 돕는다는 취지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탁금지법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적용 대상에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민간 영역에서도 청탁금지법을 지켜 달라는 권고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권익위에선 이번 추석 때 한시적 선물가액 상향 자체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