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투기 의혹 엄중 조치하겠다는 약속 지켜야

입력 2021-08-24 04:01
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발표한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소속 국회의원 및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투기가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몸조심을 한다는 공직자들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다른 투기 세력이야 얼마나 마음 놓고 투기를 일삼을지 짐작케 한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선 12명의 의원과 그 가족이 부동산 명의신탁, 편법증여 등 세금탈루, 토지보상법·건축법·공공주택특별법 위반, 농지법 위반 의혹에 연루됐다. 국민의힘이 104석인 걸 감안하면 소속 의원 10명 중 1명 꼴로 투기 의혹에 휩싸인 셈이다. 비교섭단체에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의혹을 부인했지만, 업무상 비밀을 투기에 이용했다면 심각한 법 위반이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앞으로 이들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범법이 확인되면 엄정 처리해야 할 것이다.

최종적인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민의힘 의원들과 관련해 이 정도로 많은 의혹이 제기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준석 대표가 권익위에 의해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 “더불어민주당 기준보다 더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 약속대로 속히 이들 의원에 대해 고강도 징계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소속 의원들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여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랬던 만큼 이번에 약속을 제대로 지켜 여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을 징계하는 데 있어선 열린민주당도 예외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의원들을 중징계하겠다는 약속을 빨리 이행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소속 의원 12명이 위법 의혹에 연루됐다는 권익위 통보를 받고 12명 모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5명만 탈당계를 제출했을 뿐이다. 나머지 비례대표 2명은 제명을 통해 의원직을 유지하게 해줬고, 지역구 의원 5명은 여전히 탈당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 5명 중 우상호 의원의 경우 최근 경찰 내사 종결을 내세워 탈당 권유를 철회하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솜방망이 징계이고,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다. 민주당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징계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버틸 경우 민심도 점점 더 등을 돌릴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