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한국 성장의 위험요인으로 가계 부채 관련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추진하는 취약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 등 조치에 대한 단계적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AMRO는 23일 ‘2021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3.9%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4.2%), 한국은행(4.0%) 등이 제시한 전망치보다 낮다. 다만 AMRO가 지난 3월 한국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0.7% 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AMRO는 지난 1분기 화상으로 진행한 한국과의 연례 협의 결과와 7월 5일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 영향은 반영이 제대로 안 됐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를 유지했다. AMRO는 한국 경제가 강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전자기기, 자동차 및 여타 제조업 상품에 대한 견고한 수요에 힘입어 강력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MRO는 한국의 성장을 제약할 위험 요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방역, 미중 무역분쟁 외에 가계부채 관련 불확실성을 꼽았다. AMRO는 “가계부채 축적과 자산가격 급등 형태로 금융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어 금융 안정 측면에서 엄격한 거시 건전성 조치가 여전히 필수적”이라며 “경제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당국은 금융기관의 여신 건전성 및 대출 기준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가계 부채와 불확실한 고용 전망은 민간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동성 제약이 있는 기업들에게 일시적인 구제 조치를 제공하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는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적절한 경우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AMRO는 “밀접 대면 서비스 관련 높은 위험성으로 인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불균등한 회복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AMRO는 재정 지원조치는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팬데믹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취약 계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편 지원이 아닌 선별 지원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AMRO는 “경제 회복세가 지속됨에 따라 위기 지원(Crisis-support) 조치는 점차적으로 회복 지원(Recovery-support) 조치로 전환돼야 한다”며 “중기 재정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기조의 정상화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