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 당국은 군 사법체계 개혁 요구를 저버릴 것인가

입력 2021-08-24 04:02
성추행 피해 여군이 잇따라 숨진 사건을 계기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비롯한 군 사법체계 개혁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군 당국은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하는 모습이어서 유감스럽다. 군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정말로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군 사법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4분과 소속 위원 2명이 지난 20일 국방부의 국회 보고에 실망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합동위 4분과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군 사법제도 개선안을 의결했으나,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 자료에서 이를 누락하고 ‘평시 군사법원 폐지 시 우려사항 검토’라는 내용을 넣었다. 합동위 분과 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곡해하게끔 한 셈이어서 이에 반발한 위원들이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군의 방어적 태도에 불만과 무력감을 나타낸 위원들이 많았다. 이번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6명의 위원이 사의를 밝혔다.

현행 군 사법체계는 1심을 보통군사법원이, 항소심을 고등군사법원이 맡도록 하고 있는데 지휘관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여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공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관할 보통군사법원이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했던 법무관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군 사법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평시에는 군 형사사건을 일반 법원에서 다루도록 하자는 주장이 합동위 개선안에 담기기에 이르렀다. 합동위 4분과장인 김종대 전 의원은 23일 개선안에 대해 “민간위원들의 개혁 의지가 결집된 소중한 성과”라며 “전체 합동위에서 합리적으로 의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합동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 국방부에 권고안으로 송부된다.

국방부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에 반대하면서 군내 성범죄와 음주·교통사고 등에 대한 재판을 민간으로 넘긴다는 데 의견을 모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성추행·사망 사건과 부실한 대응으로 신뢰를 크게 잃은 군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선 곤란하다. 환골탈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만 국민들의 믿음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