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책브레인’ 역할을 하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기본소득은 복지라는 ‘텐트’의 가장 밑자락에 깔리는 ‘방수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체계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선별복지제도가 가진 한계를 보완한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 경기연구원에서 진행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에 쏟아지는 비판과 우려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본소득은 이 지사의 핵심공약으로 이 지사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 원장이 구상·설계를 총괄했다.
선별복지 강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기본소득을 ‘부자에게 필요없는 돈을, 가난한 사람에겐 부족한 돈을 준다’는 이유로 비판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선별지원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원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낙인효과와 사각지대, 행정비용 및 착오 등이다.
정부가 소득하위 88%에 지급하기로 결정한 5차 재난지원금을 예로 들었다. 이 원장은 “88%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부터 논란이 나온다. 게다가 상위 12%는 지원을 못 받는데, 지원배제비율이 전남에서는 5%가 안 되는 걸로 나오고, 경기도는 18%로 나온다. 서울은 23%, 4명 중 1명은 지원을 못 받는다. 이게 공평하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선별복지의 한계를 보편복지로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여러 층위로 구성된 복지체계를 텐트라고 한다면 그 아래 기본소득이라는 방수포를 깔자는 얘기”라며 “선별복지를 더 두텁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부정하자는 게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공약한 기본소득 지급액이 1인당 월 2만~8만원에 그친다는 ‘가성비’ 논란에도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그 돈이 정말 위력적인 경우가 있다”며 “모두가 그 액수를 푼돈이라 여길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판이 집중되는 재원 마련 문제도 캠프가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며 자연세수증가분과 지출구조조정, 조세감면분 축소 등을 재원 마련 방안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 원장은 “여기에 기본소득을 비롯한 정부보조금에도 과세를 매길 필요가 있다”며 “똑같이 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해도 한계세율이 높은 부자들은 절반가량을 다시 세금으로 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세와 토지보유세처럼 기후위기·부동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증세를 설득하는데도 기본소득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라고 봤다.
수원=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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