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되고 집은 안 된다? 황당한 ‘백신 인센티브’

입력 2021-08-23 00:04
서울 양천구의 한 중식당 관계자가 22일 ‘백신 인센티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23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가 포함될 경우 오후 6시 이후 4인까지 모이는 것을 허용하는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허용 장소를 식당·카페로만 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김모(39)씨 부부는 한 달여 만에 형 그리고 형수와 함께 저녁 먹을 생각에 부풀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지역에서도 백신 접종 완료자 2명을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인원수에서 제외하는 ‘백신 인센티브’ 부활 소식을 지난 20일 발표한 덕분이다. 23일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개편안에 따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김씨와 형, 그리고 미접종자인 아내와 형수가 오후 6시 이후 함께 만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장소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방역당국이 4인 모임을 허용하는 백신 인센티브 대상 장소를 식당과 카페로 한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가정집 등 다른 공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지를 묻는 질문에 “식당과 카페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김씨 부부와 형 부부까지 4명이 집에서 모일 경우 방역수칙 위반이지만,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위반이 아니다. 가족모임을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감수하며 외출해야 하는 셈이다. 김씨는 22일 “최대한 외식을 자제하고 있는데 저녁 가족모임을 하기 위해선 외식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과 부산, 대전, 제주 등 4단계가 적용된 지역의 식당과 카페 4인 모임을 허용하는 개편안을 발표하자 오히려 감염 위험이 큰 외식을 장려하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자 매출이 줄어드는 문제를 백신 인센티브로 보완하려다 다중이용시설로 사람들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택까지 인센티브를 허용할 경우 사적 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 인센티브를) 집에서도 허용하게 되면 집에 있는 고령층 부모님을 방문하는 일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사실상 식사만 하고 오는 일은 별로 없고 장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식당과 카페에서 예외를 인정한 것은 직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퇴근하는 상황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백신 인센티브 허용 공간에 대한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영업자의 생계와 방역을 함께 고려해 백신 접종 완료자가 있는 4인이라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가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