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신중’ 이낙연… ‘비호감 늪’에 빠졌다

입력 2021-08-23 04:07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민주당 대전시당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 이낙연 전 대표가 높은 비호감도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중도층과 진보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모호한 태도로 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노무현 탄핵’ 논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쟁 주자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내상이 누적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선명성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전 대표의 비호감도가 도덕성 논란이 아킬레스건인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 전 대표 측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대표의 비호감도는 62%로 이 지사의 비호감도(50%)보다 높았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총리 퇴임 이후 이 전 대표의 비호감도가 계속 상승추세라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총리 시절인 2019년 12월엔 비호감도가 33%에 불과했지만 당 대표 시절(2021년 3월) 56%를 거쳐 대선 주자로 뛰고 있던 지난주엔 62%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 지사의 비호감도가 55%→43%→5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비호감도는 지지자들의 단호한 의사 표시로, 실제 표심과 밀접한 지표로 평가된다.

이 전 대표의 비호감도 증가 요인으로는 ‘엄중낙연’ 이미지가 꼽힌다. 이 전 대표가 과거 ‘윤미향 논란’과 검찰 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온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22일 “진보층에겐 비개혁적 이미지, 중도층에겐 고구마 이미지가 자리 잡으면서 양측 모두 불만을 터트리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쟁 주자들은 이 전 대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비호감도 상승을 견인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항명 사태를 수수방관과 책임 회피로 일관했던 분”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캠프 한 중진 의원은 “이 지사 측이 ‘이 전 대표가 노무현 탄핵에 찬성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자 일부 지지층이 동요한 면이 있다”며 “같이 네거티브를 당해도 신사적인 이미지의 이 전 대표가 더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분간 언론 개혁 등 개혁 의제에서 선명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중도확장보다는 지지층 구애에 우선순위를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