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섬의 지질학적 가치와 아름다움으로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환경보물섬’ 제주도가 도시숲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콘크리트로 과열된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만들어낸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도시의 ‘천연 에어컨’ ‘천연 공기청정기’로써 숲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는 한라산과 360여개의 오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1인당 생활권 도심숲 면적은 적은 편이다. 제주도는 올 6월 도시숲법 시행에 따라 숲으로 풍요로운 도시 만들기를 통한 도시민 정주여건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숲속의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가 올해 3년차를 맞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853억원을 들여 매년 100만 그루 식재를 목표로 하는 5개년 사업이다. 첫해 103만 그루, 지난해 108만 그루를 심었다. 올해 7월 현재 56만6400그루를 심어 57%를 달성했다.
제주도는 올해 총 예산 168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100억원을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에 투입한다. 바람길숲은 야간에 도시 외곽 산림에서 생성되는 차고 신선한 공기를 도심까지 흐르게 해 대기의 수직적 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도심부의 공기 순환을 촉진한다. 도시의 대기 오염 및 열환경 개선에 도움을 준다. 나무 자체의 미세먼지 흡착 효과와 미세먼지 확산 차단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도는 폭염과 미세먼지, 국지성 집중호우 등 기후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을 숲의 기능을 통해 완화하기로 하고 올해 바람이 이동하는 도로변과 하천변, 공원을 중심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212㏊에 총 3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도시 바람길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녹화사업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도시녹화사업이 인위적인 조경에 무게를 뒀다면, 이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사업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잔디밭이나 관상수, 분수대 등의 조경 조성에서 벗어나 도시숲이 독립적인 생물 서식지(비오톱) 기능을 발휘하고 도시의 경관을 형성하며 시민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실질적 녹지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도는 공유지 부족으로 대규모 공원 조성이 어려워지면서 건물 사이사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고 대상지의 규모나 인접 지역의 생태, 주민 수요에 맞게 다양한 녹지공간 확충 방식을 설계하고 있다. 민간 참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녹지 공간을 찾기 위해 자투리땅 공모 사업을 추진해 민간이 스스로 나무를 심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교에는 명상숲을 조성해 학생들에게는 자연학습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쾌적한 생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시 애월읍과 구좌읍, 서귀포시 대정읍 등 4개 학교에 학교숲을 조성한다.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숲 길을 만들어 안전한 통학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도시농업 체험이 가능한 공간에는 농업부서를 참여시켜 농작물 수확과 자연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각각의 녹지 공간에는 교목을 중심으로 관목, 자생 초화류를 보완 식재해 독립적인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고 있다.
제주에 가장 많은 왕벚나무 가로수는 매년 봄이면 찬란한 분홍 꽃망울을 선물한다. 도시 녹색네트워크의 축으로써 가로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도는 지역 특성과 생육 환경에 맞고 차별화된 가로 경관 연출을 위한 가로수종 선택과 수형 관리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환경수도라는 품격에 걸맞은 꽃길 조성을 위해 읍면동별 특화거리 조성도 유도하고 있다. 수국(구좌읍), 국화(애월읍), 수선화(대정읍), 선인장(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하귤(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거리를 비롯해 계절별로 주요 도로변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유채 장미 코스모스 메밀 거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파트 공동주택 등 마을 및 공동체별 꽃 가꾸기 사업도 올해 5개 마을에서 추진돼 지난 봄 총 8800본의 목본과 초본이 마을 곳곳에 식재됐다. 이 같은 사계절 꽃피는 제주 만들기 사업은 관광 자원으로 유용한 것은 물론 시민들의 여가 시간 활용과 참여 욕구 충족에도 기여하고 있다. 도는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우수단체 시상과 인센티브 확대로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꽃 전문 생산기관과 전문가 집단을 통한 기술 지도에도 힘쓰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 녹색 공간 조성 사업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휠체어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숲길 조성 사업도 매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한정우 제주도 산림휴양과장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생활밀착형 도시숲 조성은 노후 경유차가 1년 간 내뿜는 먼지를 미세먼지는 평균 25.6%, 초미세먼지는 평균 40.9% 절감하는 효과를 내고, 교통섬의 나무 그늘은 평균 4.5도, 가로수는 평균 2.5도의 온도 저감 효과를 낸다”며 “도민들이 생활권에서 쾌적한 녹색 환경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도시숲 조성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는 시내권 가까이 자연 자원이 많아 도심지 내 녹지 공간 조성 요구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환경 문제가 날로 커지고 코로나19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올 6월 도시숲법 시행에 따라 제주에서도 조례 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도시숲 조성사업은 앞으로 민관이 힘을 합치는 방식으로 더 체계적이고 더 확장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제주=글·사진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