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외과는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다. 한두 가지 장기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외과적 질환을 다룬다. 다양한 선천적 기형(항문·식도·장폐쇄증, 거대결장, 횡경막결손증 등)과 사타구니 탈장, 사고 외상, 소아암에 이르기까지 상당수가 중증 질환이고 응급 수술로 진행된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외과 오채연(41) 교수는 23일 “탈장과 맹장염 수술이 가장 많지만 수술 난이도가 제일 높은 것은 선천성 기형이나 미숙아, 급성 복증(복막 손상으로 심한 통증 유발)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으로 바라보면 안된다”고 했다. 수술 도구부터 치료 과정이 완전히 다르며 어른과는 다른 질환이 많고 신체의 성장 정도, 손상에 대한 반응 뿐 아니라 긴 인생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스스로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는 저연령 환아들은 의사소통을 통한 진단이 불가능해 모든 치료를 의료진 판단 하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의사의 전문적 진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 교수 같은 젊은 소아외과 전문의는 점차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 소아외과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일반외과 등과 함께 의사들의 기피 분야가 된 지 오래다. 출산율 저하도 한몫한다. 2019년 기준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는 전국에 49명 뿐이다. 그나마 일부는 유방·갑상샘 등 성인질환 수술을 겸업하고 있어 소아외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원은 30명 안팎이다.
소아외과 전문의 절대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외과학회에 따르면 올해 시행된 외과 세부분과 전문의 시험(총 60명 지원)에 소아외과 응시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유방외과(20명) 간담췌외과(16명) 대장항문외과(10명) 등에 주로 몰렸다. 소아외과 지원자는 2013년 52명, 2014년 7명, 2015년 6명, 2016년 1명, 2017년 3명, 2018년 2명, 2019년 5명, 2020년 6명으로 점차 줄어들다 올해 처음 0명을 기록했다. 학계에선 소아 중증 환자 치료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오 교수는 “게다가 소아외과 전문의의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역의 대학병원조차 소아외과가 개설돼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중증 소아질환을 감당하려면 각 지역 혹은 권역별로 1명씩은 있어야 한다”며 “소아외과 질환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 번 생기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15세 미만 아동 100만명 당 소아외과 전문의 수와 1인당 국내총생산지수(GDP)를 살펴보면 경제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의 아동 100만명 당 소아외과 의사는 51.8명인데 비해 한국은 7.16명에 불과하다. 일본(38.7명) 프랑스(19.8명) 영국(30.1명) 독일(24.1명) 핀란드(105.2명) 미국(20.5명) 등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국내 소아외과 의사 부족은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양질의 수술을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오 교수가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2002~2017년 소아외과 수술은 124%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약 10.25%만이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해 시행됐다.
소아외과 전문의와 일반외과 전문의 수술에 따른 신생아 환자 사망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최근 5년간 중환자실 신생아들의 급성 복증 수술 후 발생한 생후 30일 사망률은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해 시행된 그룹이 일반외과 의사에 의해 시행된 그룹보다 3% 포인트 가량 유의미하게 낮았다.
오 교수는 “지금과 같은 국내 상황(전문의 49명 수준)에서 수술을 모두 소아외과 의사가 한다는 가정 하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문의 인력을 추정해 보면 지표 질환(선천성 기형 중 빈도 높은 횡경막탈장, 담도·항문폐쇄증 등 10여종)과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에 각 63명, 탈장·맹장염 등 주요 소아질환 수술엔 약 209명, 모든 소아외과 수술엔 약 366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적어도 지표 질환 혹은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만큼은 소아외과 전문의에 의해 시행되도록 인력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학계는 외과 등 필수의료에 대한 비정상적 수가(진료 서비스 대가)의 정상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오 교수는 “아이들의 건강한 삶과 미래를 위해 선택한 전공이기에 후회는 없다. 소아 응급환자까지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오래 머물러야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소아외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오 교수는 2010년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를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을 거쳐 현재까지 소아외과 한 길만을 걷고 있다. 특히 복강경 맹장 수술 시 배꼽으로만 구멍을 뚫어 상처가 거의 안 보이는 ‘단일공 수술’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울러 소아청소년과나 소아영상과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오 교수는 “최근 서울 주요 병원을 빼고는 소아청소년과 지원률도 0명이다. 응급실을 감당할 소아과 의사가 없어 올해 3월부터 고대 안산병원은 밤시간 응급실에 복통으로 오는 소아 환자를 못 보는 상황”이라며 “소아외과만 아니라 이런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