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이론은 한때 유행한 헛소리” 유럽에선 거품 빠지고 있는데…

입력 2021-08-24 03:06
독일 개신교 신학자 에버하르트 클라이나는 자신의 책 ‘터무니없는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우리를 재교육하고 통제하려고 하는가’에서 젠더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이들의 ‘젠더 광기’를 비판하며 그들이 추진하는 대중 세뇌 교육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지난 5월 헝가리와 폴란드는 ‘젠더’ 개념 자체를 비판하면서 유럽연합(EU)에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이란 표현 대신 ‘남녀평등(equality between men and women)’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페미니스트로 1990년대 주디스 버틀러 교수의 퀴어이론과 젠더연구 등을 가장 선구자적으로 독일 대학에 정착시켰던 함부르크대 마리안네 피퍼 교수는 2018년 당시 독일 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퀴어와 젠더 연구의 극복과 폐지 등에 관해 증언한 바 있다. 그녀는 “뇌과학적으로 이미 반박되고 폐기된 존 머니의 젠더 개념을 급진페미니즘 학자들이 수용해 젠더 연구 분야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성 정체성의 혼동화를 목표로 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기초가 되는 존 머니의 ‘성 중립적 젠더’ 개념은 뇌과학적으로 이미 폐기됐다. 지난해 버틀러 교수도 인정했듯이 한때 우후죽순처럼 발생했던 젠더 연구와 젠더 이데올로기는 이젠 거대하고 국제적인 저항운동에 직면했다.

지난해 성 뇌과학 박사이자 성 연구가인 드보라 소는 ‘젠더의 종말:우리 사회의 성과 정체성에 대한 신화들을 폭로하기’란 책에서 젠더 개념의 종말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파헤쳤다. 최근엔 미국 프린스턴대 분석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가 쓴 ‘개소리에 대해’란 책도 국내에서 인기 도서가 됐다. 프랭크퍼트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기도서 1위에 오른 이 책에서 분석철학자 특유의 정밀한 개념 분석을 통해 우리말 ‘개소리’로 번역될 수 있는 ‘불쉿(bullshit)’이란 말로 여러 개념 속에 담긴 상당히 복잡한 의미구조를 분석한다. 책은 본래 1986년 프랭크퍼트 교수가 예일대 교수로 재직할 때 쓴 글인데, 그는 해체주의 철학자 데리다와 포스트모던 철학자 폴 드 만이 가르쳤던 예일대가 개소리의 중심지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해체주의적이고 급진사회구성주의적인 그리고 반생물학적인 젠더 개념이야말로 탈 진리와 탈 사실을 주장하는 헛소리일 뿐이다. 젠더 개념은 반실재주의적 관점에서 남녀라는 생물학적 성(sex)을 해체하고 젠더(gender)의 유동성이란 이름으로 수십 가지 젠더를 주장한다. 그들은 아침에는 남자, 저녁에는 여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각 젠더에 머무르는 시간은 짧으면 분 단위부터, 길면 연(年) 단위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 바뀌는 성별 또한 일정한 패턴 없이 불규칙적이라고 주장한다. 젠더이론은 “인간은 성 중립적인 유니섹스로 태어나며 교육과 언어 행위 등을 통해 남자와 여자가 된다”는 주장이다. 독일어권에서는 이를 ‘젠더 헛소리’ ‘젠더광기’ ‘젠더망령’ 등으로 비판하는 것이 보편화해있다.

젠더 이데올로기의 비 학문성을 비판하는 독일 카셀대의 저명한 생물학자 울리히 쿠체라 교수는 “젠더 이데올로기는 ‘탈 사실적인 젠더 신앙’에 기초한 근본주의 유사종교”라고 비판한다. 버틀러 교수가 계승하는 뤼스 이리가레와 같은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방정식조차도 성차별적이라고 주장하는 등 급진적이고 반 자연과학적 태도를 보여왔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철학자 노베르트 볼츠 교수는 “젠더 개념이 생물학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랭크퍼트 교수는 이런 식의 ‘헛소리’는 고급스러운 개념들을 논리적인 연관성 없이 억지로 연결짓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포스트모더니즘적 젠더 개념을 현재 유행하는 고급스러운 개념인 양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론물리학자 앨런 소칼은 ‘유행하는 헛소리’(국내판 ‘지적 사기’)란 제목의 책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유행하는 헛소리’로 비판한 한 바 있는데, 포스트모더니즘적 젠더 개념이야말로 유행하는 헛소리이다. 헛소리는 보편타당하고 일반적인 진리가 아니라, 소수집단만의 부족적인 탈진리를 의미한다.

젠더 개념은 보편타당한 진리와 사실이 아니라, 해체주의적 탈 진리와 탈 사실에 근거한 급진 페미니즘에서 나온 성 혁명 개념이다. 독일어권에서는 반생물학적이고 사실에서 벗어난 주장을 하는 젠더 개념을 ‘오웰적 뉴스피크’(소설가 조지 오웰이 펴낸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말로 선전, 선동과 세뇌를 위한 전체주의 사회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모호하고 기만으로 가득 찬 표현을 일컫는다)라 부르며 강하게 비판한다.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올해 펴낸 자신의 최신작 ‘개소리에 대한 나의 사전’에서 퀴어이론과 젠더페미니즘의 대부 미셸 푸코의 소아성애 범죄를 폭로했다.

버틀러 교수의 젠더 개념은 성 정체성의 전복, 불안정화 그리고 혼동화를 목표로 한다. 현재 유럽에서는 한때 유행했던 포스트모더니즘과 젠더이론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젠더 개념은 남녀라는 생물학적 사실과 진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언어·구조주의적 형식주의로부터 파생된 기호학적 헛소리이자 한때만 유행하는 헛소리다. 젠더 개념 자체가 이른바 ‘68성혁명·성정치’ 운동권이 내세우는 ‘트로이 목마’인 만큼 이에 대해 확실한 거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일권 교수(전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