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는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의해 도입됐다.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국회법 57조 2항에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고, 조정위 활동 기한은 90일로 한다고 정했다. 또 조정위는 위원 6명으로 구성하되 제1교섭단체에 속하는 위원 수와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위원 수를 같게 하도록 했으며, 안건 조정안은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4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 즉, 여야 3대 3 동수의 조정위에서 찬반 입장이 맞서는 쟁점 법안을 최대 90일간 숙의해 이견 차를 좁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여당이 무늬만 야당 의원을 조정위에 ‘알박기’ 하는 수법으로 이 같은 입법 정신을 농락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지난 18·19일 알박기는 여러 상임위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한 문화체육관광위에선 더불어민주당 ‘2중대’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야당 몫으로 조정위에 들어가 여당 편에 서서 법안을 밀어붙였다. 환경노동위에선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야당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뒤 여당의 탄소중립기본법 처리에 한몫을 했다. 교육위에서는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야당 쪽 조정위원으로 배정되고 나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여당 의원들과 함께 일방 처리했다.
여야 동수여야 할 조정위가 순식간에 4대 2로 바뀌었으니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다수의 횡포를 막고 견제와 균형을 꾀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조정위가 무력화됐다. 여당은 입법 독재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게다. 위성정당 활용 등의 편법을 없애려면 제도를 손봐야 한다. 탈당 혹은 제명된 제1당 출신이나 비교섭단체 의원은 야당 몫 조정위원으로 배정되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개선책을 검토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입법 농단의 알박기를 원천 봉쇄할 수 있지 않겠나.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