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연일 국내 증시에서 ‘셀 코리아’ 행렬을 이어가며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코스피지수 3100선과 코스닥지수 1000선이 동시에 붕괴됐고 원화가치 하락세(환율 상승)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코스피는 19일 전날 대비 1.93%(61.10포인트) 내린 3097.83에 마감했다. 코스피 31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4월 1일 이후 140일 만이다. 낙폭도 2월 26일(-2.80%) 이후 약 반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이날 기관은 4151억원, 외국인은 325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렬이다. 순매도 금액만 8조1878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급격한 증시 이탈에 환율도 10개월래 최고치인 1176.20원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속절없이 하락하며 대장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제외) 중 카카오와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8개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216만주 가까이 순매도하며 1.08%(800원) 내린 7만3100원을 기록하며 7만원 선까지 위협받았다. 지난 11일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업황 우려를 다룬 보고서 이후 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도세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현대차도 2.82%(6000원) 내린 20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해 주가가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스닥도 전날 대비 2.93%(29.93포인트) 내린 991.15로 마감, 6월 16일 이후 두 달여 만에 1000선을 반납했다. 낙폭 역시 2월 24일(3.23%) 이후 최대 규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벤처기업이 많이 분포해 있는데, 경제전망이 불확실해지면 그만큼 투자 리스크도 높아진다”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발동한 것이 낙폭을 키운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하락 요인에는 코로나19 확산, 반도체 업황 악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시화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면서 한국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하던 시각이 바뀌고 있다”며 “여기에 반도체 시장 업황 악화, 연준의 테이퍼링 가시화 등에 따라 외국인의 수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퍼링이 본격화하면 미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유출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환차손(환율에 따른 투자 손해)을 우려한 외국인이 조기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등 국제정세마저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고 있어 환율 상승과 외국인 증시 이탈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