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버티는데… ‘녹다운’ 의료진 탈출 러시 우려

입력 2021-08-20 00:05
흰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19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152명 늘어 누적 23만808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인력이 전례 없는 번아웃(탈진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3차 유행 때는 위중증환자 부담이 컸던 반면 4차 유행에선 하루 1500~2000명씩 늘어나는 확진자로 인해 검사와 역학조사 등 전방위적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1년 7개월간 누적된 피로에 전례 없는 유행으로 인한 무게가 더해지면서 의료진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152명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2223명)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위중증환자는 하루 만에 24명이 늘어 390명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 유행보다 위중증환자가 적다”고 말했으나 갈수록 3차 유행 최고치(411명)에 근접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유행 속에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보건소 의료진은 한계 상황을 넘나들고 있다. 4차 유행은 젊은 확진자가 많고 동선도 광범위해 역학조사도 더 힘들다. 허목 전국보건소장협의회장은 이날 “매일 엄청난 양의 진단검사를 소화하면서 전국의 보건소는 현재 숨을 못 쉴 지경”이라며 “3차 유행까지는 버틸 수 있었는데 4차는 너무 힘들다. 의사들은 혹사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생활치료센터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의사 부족 시 입소자 상태가 악화되면 제때 대응이 힘들 수 있다. 실제 각 센터에 배치된 의사는 정부 권장 인력을 채우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의사 한 명당 입소자 50~60명을 맡고 있고, 심한 곳은 의사 1명이 97명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7곳은 전담의사가 1명이고 매일 협력병원 의사 중 순환배치로 인력을 추가한다.

의료진 충원 요구가 전국에서 쇄도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되레 인력 추가 확보는커녕 탈진한 의료진의 ‘탈출 러시(쇄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사직한 보건소 간호사는 160명이었다. 지난 3년간 한 해 평균(108명)과 비교해 1.48배 늘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의 고광필 교수는 “공공의료 인력의 휴직도 많고 이직도 많다”며 “자가격리, 역학조사 모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데 감염 규모가 커지면서 한계가 이미 왔다”고 말했다. 지친 의료진이 현장에서 사라지면 그만큼 남아있는 인력이 메워야 해 의료진 부족 악순환은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 그는 “지금 방역체계로는 더 버티기 힘들지만 당장 대안은 없다”며 “예방접종률이 올라가 사망자 위주의 방역체계로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백신 예약·접종과 관련한 상담을 도맡는 1339 콜센터도 업무량이 폭주하긴 마찬가지다. 사전예약 오류, 접종 후 이상반응 등으로 전화를 걸어도 ‘먹통’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