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언론 단체의 강력 반발에도 언론중재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여당의 ‘입법폭주’가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송영길 대표 취임 이후 ‘중도층 껴안기’에 집중해 왔다.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완화했고,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지층의 강한 비판과 반발도 쏟아졌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송 대표의 대표직 사퇴는 물론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언론 자유를 심각히 위축시킬 수 있다는 각계의 심각한 우려 표명에도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이 같은 지지층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내년 대선에서 이들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19일 “언론 개혁은 지지층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때 4대 개혁입법 과제를 약속했고, 언론 개혁은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민주당을 180석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준 것은 결국 개혁을 완수하라는 민주당 지지자의 요구”라며 “내년 대선을 위해 중도 포용도 필요하지만, 집토끼도 필요하지 않으냐”고 했다.
국민적 반감이 큰 검찰 개혁 대신 가시적 개혁성과를 내기 위해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추진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개혁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결부돼 중도·보수층의 반감이 큰 반면, 언론 개혁은 상대적으로 지지여론이 높아 여당이 드라이브를 걸어도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검찰 개혁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언론 개혁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며 “지지층의 강한 개혁 요구를 감안하면 성과를 확실히 낼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보다 유리한 언론환경을 만들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소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싸우지 않겠다는 의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두렁시계 같은 가짜뉴스, 수사 정보를 흘리는 검찰의 인권침해와 그것을 받아쓰기하던 언론의 횡포에 속절없이 당해야 했던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당한 것처럼 국민도 검찰 개혁, 언론 개혁에 한마디도 못 하고 검찰과 언론에 당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1인 매체와 유튜브 개인 방송이 넘쳐나는데, 내년 대선에서도 논두렁시계 같은 가짜뉴스에 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언론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면서도 사실상 힘을 싣는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헌법과 신문법에 언론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책임도 명시하고 있듯이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