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민주주의는 없다, 이슬람법 통치”… 여성 인권 유린 선언?

입력 2021-08-20 04:04
총을 든 탈레반 대원이 1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시내를 걷고 있다. 건물의 외벽에 걸려 있는 여성 모델의 얼굴은 검은색 스프레이로 심하게 훼손됐다. AFP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는 없으며,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유화조치를 발표했지만 속내는 기존의 극악무도한 여성·아동 인권 유린을 계속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탈레반 고위급 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에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적용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정치제도를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하다. 그것은 샤리아법(종교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탈레반 지도부회의가 아프간을 통치하고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전체 지도자로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시미가 밝힌 권력 구조가 1996~2001년 탈레반 마지막 집권기의 통치 체제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샤리아는 ‘올바른 길’이란 뜻으로 이슬람의 규범을 말한다. 샤리아법은 가족, 비즈니스, 외부 활동 등 무슬림 생활 전반을 관장한다. 샤리아법은 무슬림조차 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며 특정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없는 경우도 많은 탓에 이를 해석하는 이슬람 율법 학자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여성의 역할도 이슬람 율법 학자들에 의해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시미는 “율법학자가 여성의 역할과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여성이 히잡(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을 쓸지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전통복)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얼굴을 뺀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천)에 베일을 착용할지도 율법학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국민 99.99%가 무슬림이며 우리는 이슬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수하일 샤힌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이 “부르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히잡이 있다”면서 과거처럼 부르카를 엄격히 강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전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도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탈레반이 인권에 중대한 제약을 두면서 실질적인 여성 인권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90년대 탈레반 정권이 샤리아법을 앞세우면서 여성은 취업을 비롯한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부르카를 착용해야 했고, 이를 어길 시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아프간 주민들이 잘랄라바드에서 기존 아프간 국기를 흔들며 반 탈레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잘랄라바드에서 4명 이상이 탈레반의 총격에 의해 희생됐다. 쿤나르주에서는 탈레반이 국기로 덮인 차량을 향해 총을 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날에도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