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에 코미디 접목… 빵빵 터집니다”

입력 2021-08-20 04:05
영화 ‘싱크홀’에서 까칠한 이웃 아저씨 만수 역을 연기한 차승원. 그는 차기작인 드라마 ‘어느 날’에서 괴짜 변호사 역을 소화하기 위해 머리와 수염을 길렀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차승원의 코미디 연기 이력에서 영화 ‘싱크홀’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재난과 코미디를 접목한 게 좋았다”면서 “서로 다른 두 장르가 부딪히면서 의외의 웃음을 줄 수 있는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싱크홀’은 동원(김성균)이 서울에 어렵게 마련한 집으로 이사하자마자 싱크홀이 발생해 이웃집 만수(차승원) 등과 500m 지하로 추락하고, 여기서 탈출하는 소동을 그린다.

이 영화에서 차승원이 연기한 만수는 ‘밉상’ 캐릭터다. 생계를 위해 체육관 직원, 사진관 주인, 대리운전 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오가고, 이웃인 동원과 사사건건 부딪친다.

차승원은 19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기를 할 때 내가 웃기려고 하진 않는다. 매번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며 “코미디 연기라는 건 없다. 코미디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과 누아르 영화에서 연기하는 건 근본적으로 똑같다고 본다. 만드는 감독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승원은 지난 4월 넷플릭스로 공개한 영화 ‘낙원의 밤’에서 폭력 조직의 중간책임자 마이사를 연기했는데 코믹한 요소를 섞어 더 잔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차승원의 코미디 연기는 관행적이지 않다.

그는 “차승원이라는 캐릭터에서 코미디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고민도 내비쳤다.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어제는 배꼽 잡고 드러누웠는데 오늘은 싸늘한 시선이 비칠 수 있다. 코미디는 그게 어렵다”고 자못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다 이내 “사실 부담은 없다. (제 연기가) 빵빵 터진다. 안 웃기는 것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 않나”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차승원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칫 뻔하게 보일 수 있는 소시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빚어낸다. 그는 “요즘에는 내가 설득될 수 있는 연기를 해보자고 하고 있다”며 “재난에 대한 감정 연기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만수는 이웃들에게는 까칠하지만 아들 승태(남다름)에 대해서는 남다른 부성애를 가진 인물이다. 차승원은 “(영화 속) 다름이가 우리 둘째 아이와 동갑이다. 그래서 감정 이입이 좀 더 쉬웠다”며 “(과거에는) 캐릭터 연구를 할 때 저를 떼어놓고 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연기하는데 제 삶을 반영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만수 역을 끝으로 당분간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는 맡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영화에서 굳이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는 좀 흥미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싱크홀’은 개봉 6일째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로는 가장 빠른 속도다. 다음 주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차승원은 “이런 시국에 100만이란 숫자가 너무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감사드린다”면서 “영화시장 상황이 좋아져서 2등이나 3등을 해도 아쉽지 않게 관객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 홍보를 위해 배우 이광수와 함께 ‘아침마당’에 출연했던 차승원은 “잘되면 ‘6시 내 고향’에도 한번 나가자고 했다”며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만의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