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은 물론 이동통신사와 LG그룹 등 대기업도 글로벌 AI 전쟁에 참전했다.
K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한양대와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출범한 ‘AI 원팀’ 소속으로, 즉시 상용화 가능한 모델 개발을 목표로 본격적인 프로젝트 수행에 나선다.
초거대 AI란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딥러닝 효율을 높인 AI 기술을 뜻한다. 인간 뇌의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의 파라미터를 활용하는데, 파라미터의 수가 많을 수록 정보 처리 능력이 높아져 사람과 비슷하게 학습하고 창작할 수 있다. 미국 오픈AI가 2018년 개발한 첫 초거대 AI GPT-1는 파라미터가 1억1700만개였는데 후속 모델 GPT-3는 1750억개로 늘었다.
국내 선두주자는 지난 5월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한 네이버다. GPT-3보다 많은 204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하이퍼클로바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통신사에선 SK텔레콤이 가장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국립국어원과 AI 한국어 모델을, 카카오와는 15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자연어처리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그룹은 연내에 파라미터 6000억개, 내년 상반기까지 1조개 이상을 갖춘 초거대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초거대 AI 개발에 힘쓰는 이유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검색어 오류를 교정하고 수많은 쇼핑 후기를 한 줄로 요약하는 등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AI 콜센터를 구축하고 AI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거대 AI는 창작의 영역에도 활용된다. LG그룹은 소재 발굴, 소프트웨어 코딩, 디자인 시안 제작 등 광범위한 산업현장에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이퍼클로바는 이미 자체적으로 네이버쇼핑의 상품 기획전을 제작하고 있고, 내년엔 이를 고도화해 판매자가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중국 등에 비해 부족한 인재·데이터·슈퍼컴퓨터 등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다.
민덕기 건국대 교수는 “주로 클라우드 상에서 AI 머신을 빌려서 학습을 하는데, 의미 있는 훈련을 하기엔 제한적”이라며 “경쟁력 있는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GPU 등 관련 인프라를 충분히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시너지 무궁무진… 국내기업 초거대 AI 개발 본격화
입력 2021-08-20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