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와 마르다 모두 예수를 맞이하기 위해 애썼지만, 예수가 원하는 걸 파악해서 성과를 낸 이는 마리아였고 마르다는 그러지 못했죠.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게 우선이죠.”
팽경인 그룹세브코리아 대표이사는 성경 원리를 경영 철학에 적용했다. 그는 최근 선교단체 집스(JI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경영에 대해 강연했다.
올해로 12년째 그룹세브의 한국법인을 이끄는 팽 대표는 그룹 내 최초 비프랑스 출신 여성 지사장이다. 그는 1997년 주방용품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해 2009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룹세브(SEB)는 테팔의 모기업이다.
팽 대표는 “취임 후 테팔을 한국 주방용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던 건 성경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주인 중심, 실패하는 사람은 자기 중심’이라는 가치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출석하던 교회에서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오르기 전 마리아, 마르다 자매와 시간을 보낸 일화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고 한다. 성경에 따르면 마르다는 예수를 접대하기 위해 분주하게 일한 반면 마리아는 예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경청했다. 혼자 일하는 것에 불만이 생긴 마르다가 예수께 “마리아도 음식을 준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예수는 “음식은 하나면 족하다”고 답했다.
팽 대표는 “당시 예수가 원한 건 음식이 아니라 골고다 언덕에 가기 전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었다. 상대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잘 파악하고 행동한 게 마리아였고 마르다는 어떻게 보면 자신을 위해 분주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표인 나에겐 직원, 유통사, 소비자, 지역사회, 주주 등이 주인이다. 이들을 중심에 두겠다는 게 내 모토”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 맞춤형 현지화 전략에 주력했다. 팽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은 세척, 건강, 위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이 부분을 고려했다”며 열 센서 프라이팬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열 센서 프라이팬은 예열이 되면 중앙에 빨간 점이 생긴다. 음식을 태우지 않고 건강하게 요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팽 대표는 직원 교육도 주인의식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둔다. 그는 “주인의식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라며 “회사가 본인 의견을 듣고 있다는 걸 알면 직원은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회사에는 직원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가 다양하다. 각 부서를 대표하는 직원이 모인 조직부터 비슷한 또래가 모인 소그룹, 여러 부서 직원들이 섞인 팀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직원들이 의견을 내면 회사의 주요 정책이나 복지제도에 반영된다.
그룹세브코리아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6% 오르는 등 다른 해외 법인들 중 거의 유일하게 성과를 냈다. 팽 대표는 “성경에서 얻은 주인 중심의 경영 철학과 주인의식을 품는 기업 문화가 있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