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버려지는데… 우유값 오른다

입력 2021-08-20 04:03
사진=연합뉴스

식품 가격 인상이 줄을 잇는 가운데 우유값 인상도 예고됐다. 우유값이 오르면 우유를 재료로 쓰는 유제품, 커피, 과자, 빵 등도 연쇄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원유 ℓ당 가격이 926원에서 21원(2.3%) 오른 947원이 적용된다.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흰우유 판매 적자에 시달리는 유업계는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는 ‘연말까지 가격 인상 유예’를 중재안으로 내놓았으나 낙농업계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낙농업계는 사료 등 원자재값이 오른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업계는 낙농진흥회로부터 지난 1일 이후 이미 공급받은 원유에 대해 인상된 가격으로 대금을 내야 한다. 당장 흰우유 소비자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우유값 상승은 다음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유 가격은 2.3% 올랐으나 누적된 물류비,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우유값 인상 폭은 10% 안팎에서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업계에 따르면 출산율 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가 줄면서 매년 생산되는 우유의 15% 안팎이 남아돈다. 일부는 버려지고 일부는 정상가보다 30% 이상 할인 판매된다. 우유가 남아 버리는 지경이라면 덜 생산하고 싸게 팔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유업계가 공급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낙농진흥법에 따라 유업체는 계약된 농가에서 생산한 원유 할당량을 모두 사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수요와 공급에 맞춰 정할 수 없다. 2013년 도입된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낙농업체에서 발생하는 생산비 증가 요인만 원유 가격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 2011년 구제역으로 원유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우유 파동이 일어나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정부는 원유 가격 연동제를 개편하려 하고 있다.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데 생산비용을 따져 가격을 올리는 지금의 가격 결정 체계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낙농가가 젖소 사육을 포기하는 식으로 반발하는 경우 다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유값이 오르면 우유를 원재료로 만들어지는 요거트나 치즈 같은 유제품, 카페라테와 같은 커피류, 과자와 빵 등의 가격도 잇따라 오를 수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