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영끌’ 투자자금의 출구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대출 상환 등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둘 것을 주문했다. 국민적 당면 과제가 된 부동산은 추첨제 청약을, 증시 투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 무게중심을 두는 방안을 조언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은 19일 “장기간 자산 시장에 유입됐던 글로벌 유동성이 일제히 회수될 수 있는 상태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돈을 잃지 않는 것도 재테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년에 3% 대출 이자 내고 10% 수익 얻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레버리지 투자는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용 대출을 모두 상환할 경우 당국 대출 규제로 추후 동일 금액을 대출받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자금 계획을 신중히 세울 것을 주문했다.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의 경우 85㎡ 이상의 청약 추첨을 노릴 것을 권했다. 정 팀장은 “젊은 세대는 가점이 낮으니까 85㎡ 이상 추첨제 청약을 1순위로 노려야 한다”며 “가격이 너무 높으면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목돈이 없다면 서울 외곽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본시장의 경우 선진국 중심의 투자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홍석 신한PWM잠실센터 PB팀장은 “이제 유동성으로 움직이는 금융장세는 일단락됐다”며 “이제부턴 코로나19 기저효과도 없어지는 만큼 기업의 실적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던 구간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은 최종 소비재 생산 기업이 대부분이다. 경제가 턴어라운드하면 결국 소비가 제일 큰 힘”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나 중국 등 신흥국은 중간재·자본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많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퍼포먼스(성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외국인도 자산을 선진국으로 옮기기 때문에 코스피가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에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외국인은 2년째 주식을 팔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 등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주식시장 내 가계 유입 자금이 외국인 유출을 얼마나 완충시켜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0% 수준의 조정이 나올 순 있다. 시간을 감내할 수 있는 경우 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