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나가는 유동성 잔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시급

입력 2021-08-20 04:03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조성됐던 저금리 유동성 잔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려고 국채 등을 매달 사들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8일(현지시간) 자산 매입 규모를 올해부터 줄이기 시작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에서는 유동성 회수의 일환으로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가시화되는 중이다. 모두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다만 이런 긴축적인 조치로 인해 시장이 받게 될 충격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사에서 과도한 민간부문 부채 문제를 언급하며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붕괴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 가격 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이 퍼펙트 스톰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당국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지난달부터 은행권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또 은행권은 당국의 요구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낮췄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가계부채 관리가 최우선 과제라며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대출 억제책들의 약발이 좀처럼 듣지 않으니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고삐 풀린 듯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계속 내버려뒀다간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으므로 지금 어떻게든 고삐를 잡아채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조9000억원)에 비해 71.6%나 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영끌·빚투’ 광풍이 멈추지 않는 탓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광풍을 빨리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금리 인상 등에 따라 ‘빚의 시한폭탄’이 터지고 말 것이다. 정부의 연착륙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