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교단 총회 권력, 청년·여성과도 나눠야”

입력 2021-08-20 03:01
김정태 사랑누리교회 목사가 19일 서울 중구 새길교회에서 열린 ‘기울어진 총회는 응답하라, 2021 교단총회 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강호숙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 하성웅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한주은 교회개혁실천연대 간사, 강문대 법무법인 서교 변호사. 신석현 인턴기자

중장년·남성·목사에 기울어진 한국교회 교단총회의 권력을 청년·여성·평신도에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성 총대 할당제, 세대별 총대 쿼터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은 19일 서울 중구 새길교회에서 ‘기울어진 총회는 응답하라, 2021 교단총회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정태 사랑누리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는 ‘성장’을 위해 자본주의식 번영 복음 아래에 들어가 스스로 포로가 됐다. 코로나 사태로 개신교가 반사회적 집단으로 낙인까지 찍히게 된 지금, 교회는 변해야만 살 수 있다”며 기자회견을 연 배경을 설명했다.

강호숙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는 성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남녀 위계적인 직분 제도와 교회 헌법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신학을 전공해도 차별적 직위와 처우를 받는다”며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교단이 여전히 있는가 하면 여성 사역자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부당해고를 당한다”고 꼬집었다. 또 2000여년의 교회 역사 속에서 성경을 가부장적으로 해석한 탓에 성 역할 분업 강조, 성 비하 등이 담긴 성차별적 설교가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남녀 위계질서는 종교개혁 만인사제설의 주체성과 평등사상, 그리스도의 복음이 보여준 평등한 제자직 등을 깨뜨린다”며 “여성도 남성과 같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존재라는 말씀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 안수 인정, 여성 총대 할당제, 신학대 내 여성 교수 임용 등을 통해 교계 여성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고 교단 차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 및 대응 매뉴얼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성웅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는 교단 총회를 구성하는 총대 비율이 중장년층에 몰려 청년들이 한국교회를 떠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21세기교회연구소가 전국 기독 청년 7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청년 53%가 교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교회를 건강하게 바꿔나가는 일에 청년들이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개방적인 교회 공동체로의 전환’을 위해 세대별 총대 할당제를 시행하고 평신도도 총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주은 교회개혁실천연대 간사는 교단의 헌법이 불명확한 탓에 목사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수의 헌법에선 목회자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회원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교인 총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며 “그러나 ‘목사가 교인총회를 소집한다’는 모호한 규정이 있어 일부 목사는 요청된 교인총회를 거부하는 근거로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