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진 헌신에 기대지 말고 인프라 확충 적극 추진해야

입력 2021-08-20 04:03
간호사 중심인 전국보건의료노조가 다음 달 2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전국 136개 의료기관이 참여할 예정인데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 등 감염병 전담병원은 물론 주요 대학병원의 노조 대부분 포함돼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와중에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초래할 게 뻔한 파업은 막아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의료 및 보건 의료 인력 확충, 교대 근무제 개선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간호사 등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정부나 병원 측이 이를 해소할 대책 마련에는 소홀한 채 의료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만 강요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3교대 간호사의 80.1%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신규 간호사의 42.7%가 1년 안에 그만두고 있다고 하는데 열악한 근무 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와 대다수 국민들이 분투하고 있지만 방역과 치료의 최일선을 지키는 의료인들이 그 누구보다도 고생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있는 것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8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사명감을 요구하며 계속 무거운 짐을 지울 수는 없다.

정부나 병원 측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활짝 열고 지속 가능한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감염병 유행이 갈수록 잦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정부는 말만 앞세우지 말고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의료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 재정은 이런 곳에 써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