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맹 회복 외치더니 실망… 美 중심 외교 수정 필요” 격앙

입력 2021-08-20 04:06
AP연합뉴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 실망한 유럽 사회에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외교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성과가 불과 2개월여 만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정책이 영국을 흔들고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그가 새로운 파트너십을 약속한 동맹이 아니라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행동한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 순방에 나서며 ‘동맹 회복, 대서양 연안 국가와의 관계 재활성화, 동맹 및 다자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 등을 강조했는데, 이번 아프간 사태에서는 이런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톰 투겐다트 의원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 ‘미국 고립’(America alone)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영국은 미래의 안보 작전에서 미국과의 관계 조건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집권당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비난 목소리가 나왔다. 기독교민주연합 요한 와데풀 부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프간을 그렇게 빨리 떠나는 게 좋은 생각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매우 짜증 나는 상황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레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연구소장은 “미국은 적어도 외교 정책에 관해서는 이해관계가 상당히 다르고, 정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반성 없는 월요일 연설은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했고, 동맹국으로서의 미국 신뢰도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동맹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 기고문에 “미국 정부가 20년 동맹으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발생한 리더십의 대형 실패를 전 세계가 목도했다”며 “대만, 유럽, 한국, 혹은 다른 동맹이 바이든 대통령을 믿고 의지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