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쁘다고 ‘장미’라는 예명을 가졌던 어린 아이 때 엄마와 오디션을 보러 갔다. TV에서 보던 연예인들이 ‘웃어봐라, 울어봐라, 화내봐라’는 지시대로 멋진 연기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TV에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더 이상 연기학원에 다닐 수 없었지만 미술, 피아노, 웅변, 글짓기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사이에 나는 모든 방면에서 가장 뛰어나고 잘난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 중 유일하게 교회에 다니며 신앙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전도대회에서 1등을 하면 10만원이 넘는 상품권을 준다기에 학급을 돌아다니며 20명이 넘는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전도왕 상품권을 받았다. 교회선생님들은 나를 서로 자기반으로 데리고 가려고 쟁탈까지 벌였다.
대학원을 중퇴하고 중국에 선교사로 다녀와 선교단체 전임간사가 돼 가족의 핍박에도 사역에 올인했다. 그런데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아 미워하고 헐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언제나 최고가 돼야 한다는 욕심은 긴장과 불안을 불러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언제까지 이렇게 발버둥 치며 살아야 하나. 이 삶을 하나님이 진정 원하실까.’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 정말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한마음교회 성도들의 간증 중에 동성애자가 복음으로 변한 간증을 봤다. ‘이 사람들의 신앙이 진짜야.’ 많은 분들의 간증에 놀라 바로 한마음교회에 갔다. 목사님은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믿을 수 있는 표적은 ‘요나의 표적’밖에 없다고 선포하셨지만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부활? 나는 부활 아니어도 예수님이 성자 하나님이고, 내 죄를 대신해 죽은 것을 믿는데?’ 그러다 교회 기숙사에 들어갔다. 말씀에 반발하는 내게 눈물로 기도하며 간절히 복음을 전하는 언니의 사랑과 진심에 굳은 마음이 녹으며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
목사님께서 아는 것을 믿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며 마가복음 5장의 마귀도 예수님을 안다고 하셨다. 내 믿음이 지식과 신념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됐다. 교회 언니가 2000년 전 제자들의 입장에서 부활을 보라고 했다. 예수님의 수제자였던 베드로는 3년간 엄청난 기적들을 보고도 죽음 앞에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자 바로 굴복하는 모습이 지금 현재 일처럼 보였다. ‘아, 요한복음 2장 말씀처럼 부활하신 후에야 성경과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믿었구나. 부활을 실제로 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구나.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계신 나의 영원하신 주인, 나의 하나님이시구나.’
지식이 실제가 되자 내 멋대로 예수님을 무시했던 악한 죄가 보였다. 내가 주인 돼 아버지의 마음을 짓밟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자 마음에 천국이 임했다. 내 생각과 감정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며 입술로만 ‘주여 주여’ 했던 내가 진짜 좋은 주인이신 예수님을 만나니 천국의 삶을 살게 됐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인생은 예수님과 사랑의 사귐을 나누는 삶이었다.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신 예수님을 나도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다. 다시 오실 신랑 예수님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신부로 사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나의 경쟁상대는 주위 사람이 아니라 사도 바울이다. 날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인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생명조차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고백을 하며 안개같이 잠깐인 인생, 이 땅에서 허락하신 시간 동안 주와 복음을 위해 달려갈 것이다.
장승희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