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미인폭포, 신비 머금은 새하얀 포말, 가을 문턱 지친 나를 씻다

입력 2021-08-18 20:57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통리협곡에 자리한 미인폭포. 파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치마 모양의 물줄기가 옥빛 소(沼)를 이루고 있다.

강원도 삼척·태백·동해는 과거 한 몸이었다. 당시 삼척군은 인구 30만명으로, 전국 제일의 군이었다. 1980년 삼척군(현 삼척시)이었던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동해시로 됐고 81년에는 삼척군 장성읍과 황지읍이 합쳐져 태백시로 승격했다.

통리(桶里)마을도 이때 태백으로 이관됐다. 백병산 우보산 연화산 등 해발 1000m대의 높은 산들에 둘러싸인 마을 형상이 구유통처럼 생겨 이름을 얻었다. 해발 700∼800m로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며 ‘구름이 창문 너머로 지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곳이다.

통리마을은 일대에 1940년 국내 유일의 로프형 강삭철도와 63년 갈지(之)자 형의 스위치백 철도 건설에 이어 83년 한보탄광 개광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했다. 강삭철도와 스위치백 철도는 해발 680m인 통리역과 해발 245m인 도계역 간 영동선 철도 급경사 구간을 기차가 운행할 수 있도록 건설됐다. 하지만 2008년 한보탄광 폐광에 이어 동백산역(태백시)~도계역(삼척시) 간 영동선 지하철도 개통으로 존망의 기로에 내몰렸다. 이곳에 최근 새로운 볼거리가 들어섰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오로라파크와 통리마을.

통리에서 삼척시 가곡면으로 넘어가는 오봉산과 백병산 사이에 아름다운 ‘미인폭포’가 아찔한 낭떠러지에 걸려 있다. 폭포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근처에 살던 아름다운 여인이 많은 남자의 청혼을 뿌리치면서 늙어갔다. 세월이 흐른 뒤 이상형을 발견하고 자신의 나이는 생각하지 않은 채 청혼했는데 백발노인이라고 거절당했다. 그제야 계곡에 비친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고 충격받아 폭포에 몸을 던졌다.

가는 길에 여래사라는 사찰을 지난다. 이곳부터 폭포까지는 300여m에 불과하지만 길이 미끄럽고 경사가 꽤 급하다. 폭포 아래 도착하면 절경에 감탄사가 연발한다. 5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하다. 폭포의 모양새가 여인이 치마를 뒤집어쓴 형상이다. 특히 석회 성분 덕분에 청자처럼 아름다운 옥빛을 띠는 물 색깔이 신비롭다.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보노라면 무더위도, 시간의 흐름도 잊을 정도다.

이곳은 ‘한국판 그랜드 캐니언’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국내 최대의 단층지대인 통리협곡의 상류다. 협곡의 길이는 10㎞, 협곡 암벽의 높이는 270여m에 달한다. 총연장 450㎞에 달하는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협곡에 규모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지만 비유되는 데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형성 과정이나 지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폭포 옆으로 길게 뻗은 협곡에는 바위 면에 가로로 줄이 그어져 있는 붉은색의 퇴적암이 보인다. 협곡은 공룡이 살던 백악기 중생대부터 쌓인 퇴적암이 풍화작용에 깎이고 공기에 노출돼 산화되면서 형성됐다.

옛 한보탄광 부지에 조성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

지난달 통리에 ‘통리탄탄파크’와 ‘오로라파크’가 개장했다. 광부들이 석탄을 캐고 실어 나르던 폐갱도와 옛 기차역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통리탄탄파크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이 있는 옛 한보탄광 부지에 조성됐다. 길이 613m와 363m의 폐갱도 2곳을 각각 ‘기억을 품은 길’과 ‘빛을 찾는 길’이란 주제의 길로 재탄생시켰다. 광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폐갱도를 걸으면 레이저쇼와 영상 등 조명과 빛을 활용한 다양한 볼거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오로라파크는 통리탄탄파크에서 2㎞가량 떨어진 통리역 일대 철도 유휴지에 들어섰다. 중국 탕구라역, 호주 쿠란다, 스위스 클라이네 샤이데크, 미국 파이크스피크, 일본 노베야마 등 세계 5개국의 고원 역사(驛舍)를 만날 수 있다. 높이 49.2m의 전망 타워에 오르면 도계읍내와 통리협곡의 경치를 감상하고 통리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몽토랑 산양목장 카페 창을 통해 내다본 태백 시내.

태백시내로 들어오면 지난 6월 문을 연 ‘몽토랑 산양목장’이 새로운 명소다. 하얀 구름과 초록색 목초지, 그 위를 뛰어다니는 산양을 아우를 수 있는 ‘몽글몽글 구름, 토실토실 산양, 너랑 나랑 목장’이라는 긴 문구를 줄여 만든 이름이다. 목가적인 풍경도 좋지만 카페의 통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태백 시내 풍경이 인생샷을 건지려는 방문객의 인기 포토존으로 활용된다.

여행메모
탄탄·오로라파크 통합 입장권
폭포 인근 유리나라·추추파크

기차테마파크인 하이원 추추파크 전경.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에 속하는 미인폭포에 가려면 태백에서 삼척 쪽으로 가다 통리삼거리에서 427번 지방도로 우회전해 1㎞쯤 간 뒤 왼쪽 샛길로 들어서 여래사를 가면 된다. 입구에 조그만 무료주차장이 있고, 폭포 입장료를 받는다.

통리탄탄파크 '빛을 찾는 길'에 도트 LED로 된 '환희'.

통리탄탄파크와 오로라파크 통합 입장권은 9000원이다. 현재 두 갱도 사이를 운영하는 카트가 준비돼 있지 않아 1000원 할인해 8000원에 판매한다.

미인폭포에서 직선거리로 2~3㎞ 떨어진 곳에 2018년 개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유리조형 문화관광테마파크인 '도계 유리나라'가 있다. 인근에 2014년 개장한 하이원 추추파크도 있다. 몽토랑 산양목장은 개인 목장이라 입장료를 받는다. 카페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