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수사심의위 “배임교사 불기소… 수사 중단해야” 의견

입력 2021-08-19 04:05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월성 원전 1호기 불법 가동중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사진) 전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배임교사 등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관련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백 전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 적용 여부를 논의한 결과, 백 전 장관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했다. 현안위원 15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수사심의위에서는 불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9명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6명)보다 많았다. 또 만장일치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수사심의위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한수원에 1481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배임 혐의가 백 전 장관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지난 6월 정부와 청와대가 ‘공짜 폐쇄’를 위해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 결과를 조작했다며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정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 4시간가량 이어진 수사심의위에서 현안위원들은 검찰과 백 전 장관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읽은 뒤 의견을 청취했다. 검찰 측에선 이상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 등이 나와 백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수원에 대한 손해보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산업부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조기 폐쇄를 의결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백 전 장관 측은 전기사업법 시행령 등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한 비용 보전 근거가 마련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배임교사 혐의의 전제가 되는 한수원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국민과 정부에게만 이익이 발생하고 한수원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이 공기업인 한수원에 손해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수사심의위는 표결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중단하고, 백 전 장관을 불기소하라는 의견을 전달하게 된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수사심의위에서 이 같은 결론이 나온 만큼 이를 따를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직접 시민사회의 의견을 물은 이상 판단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법리적으로 까다로운 사안을 법률 비전문가가 다수인 현안위원이 심리하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백 전 장관 측은 결과가 나온 뒤 “사필귀정”이라며 “국정과제인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적법하게 추진됐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팀은 “심의위 권고 내용을 검토해보고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