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석열, 원희룡이 만든 국힘 ‘저거 곧 정리’ 사태

입력 2021-08-19 00:02

다음 달 본격 출발을 앞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정상궤도를 이탈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도권 갈등으로 촉발된 내홍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참전해 이 대표와 “저거 곧 정리된다”는 내용의 녹취록 진실게임을 벌이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당초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 당 경선준비위원회 권한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감정싸움이 커졌다. 특히 윤 전 총장 측 신지호 전 의원의 ‘탄핵’ 발언이 나오면서 양측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충돌했다. 이후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통화로 극적인 봉합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두 사람 간 통화 녹취록까지 외부에 유출되자 갈등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당 지도부의 갈등 봉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18일로 예정됐던 경준위 토론회는 취소했지만,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간 설전이 벌어지는 등 지도부도 반으로 쪼개진 상태다.

야권 유력 주자와 ‘튀는’ 당대표 간 갈등은 언젠가는 터질 사안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야권 주자 중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은 ‘대세 후보’로서 독자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지도부가 자신을 ‘원 오브 뎀’으로 평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대표는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는 본인 주도의 경선판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단순 ‘경선 관리자’ 역할에 그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대표가 내홍의 중심에 서면서 ‘당대표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원 전 지사가 “저거 곧 정리된다”고 이 대표로부터 들었다는 메가톤급 폭탄 발언을 하면서 당내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원 전 지사는 ‘저거’의 주어가 윤 전 총장이라고 주장한 반면 이 대표는 당내 갈등 상황을 지칭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원 전 지사가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의도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이 대표 리스크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이 대표에 대해 자칫하면 대선을 망칠 수 있겠다는 정의감이 큰 동기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원 전 지사가 이 대표와의 사적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내홍은 소속 의원들 간 정면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18일 의원총회에서도 서병수 경준위원장과 의원들 간 언쟁이 벌어졌다. 서 위원장이 “이 대표를 흔들지 말라”고 돌발 발언을 하고,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돌했다.

윤한홍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분란의 원인은 당대표와 경준위인데 (서 위원장이) 의원들과 후보들에게 흔들지 말라고 하니까 쓴소리를 했다”며 “지금 당대표가 상식과 공정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원 전 지사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최 전 원장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게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무엇이 진실인지 사심 없이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젊은 당대표가 들어오니까 상당수가 저항하고 얕보고 있다”며 “이렇게 흔들어서 되겠느냐”고 했다.

백상진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