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취업준비생 선호 공기업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 나가던’ 인천공항이 개항 20년 만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항공 수요는 코로나19 ‘델타 변이’란 복병을 만나 회복이 요원해졌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등 난제가 산적해있다. 국토교통부 관료 시절부터 ‘해결사’란 타이틀이 따라다녔던 김경욱(55) 사장은 인천공항 사상 가장 추운 계절에 취임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김 사장은 인천공항이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는지 지난 17일 인천 영종도 청사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하반기 전망은
“취임 때 걱정했던 것보다는 조직이 빨리 안정됐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도 체결되고 코로나19가 극복되는 분위기였는데, 델타 변이란 복병을 만났다. 당초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시나리오를 낙관, 중간, 비관 세 가지로 나눴었다. 낙관~중간 시나리오를 예상했으나, 중간~비관 사이의 실적이 될 것 같다. 여객 규모도 1674만명, 691만명, 316만명의 세 가지로 나눠 전망했다. 현재로선 백신 효과가 12월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여 연간 이용객 316만명 시나리오가 유력할 것으로 본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또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대비를 하고 있다.”
-실적 개선 복안은
“인천공항이 세계 톱 공항의 하나로 성장했지만 밸런스 측면에서 부족하다. 상업수익이 면세점에 집중돼있는데 다양한 분야 개발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매출의 비중을 높이고, 공항 내 MRO(항공기 정비)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국제여객 처리실적 기준 글로벌 톱10 국가 관문 공항 중 MRO 클러스터를 보유하지 않은 공항은 인천공항(세계 5위)이 유일하다. 최근 정부가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인천과 사천이 동반 상생하며 성장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먼저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공항 MRO 클러스터 조성 관련 사천시 반발이 크다
“사천에서 우려하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에서 개조 화물기 1대를 유치하면 총 매출이 약 3500만 달러로, 이 중 국내 매출은 1000만 달러로 예상된다. 그 중 500만~600만 달러는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는 경남 사천 등에서, 400만~500만 달러는 인천 등에서 발생해 국내 항공 MRO 산업의 윈-윈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사천 지역 MRO는 주로 저가항공사(LCC)가 소유하고 있는 소형항공기 중심이고, 인천공항은 대형기를 정비하는 외국의 MRO 업체를 유치할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에 MRO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사천의 성장 잠재력을 막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해외사업 관련 규제에 애로가 많다는데
“공기업이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는 측면이 있다. 또 해외사업에 대한 예타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국내사업을 평가할 땐 해당 사업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편익과 비용의 크기를 비교하는 ‘사회적 타당성’을 살펴보는데, 이걸 해외사업에도 적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추진 상황은
“대상 9785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100% 완료됐다. 본사로 들어온 인원은 245명으로 소방대 위주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이 됐다. 아직 고용주가 본사가 돼야할지 자회사가 돼야할지 정리가 안된 보안검색요원 1902명에 대한 문제가 남았지만, 이 부분은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워낙 커 시간을 갖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려고 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공항 카트노동자들의 경우 공사가 직접 채용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후속사업자가 고용을 100% 승계하기로 계약서에 명시한 만큼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속 협의하고 있다.”
-조직개편에 대해 노조 반발도 있었는데
“개항 20주년을 맞아 선포한 ‘新비전 2030+(플러스)’를 실현하는 데 적합한 구조로 바꾸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중복 조직을 통폐합했고, 사장 직속 본부와 실을 부사장과 본부장 소속으로 분권화했다. 또 직원 역량 강화를 목표로 관리자뿐 아니라 실무자에 대해 교차인사를 시범적으로 시행해보려 한다. 사무직과 기술직 간 핵심보직의 교차인사를 확대하고, 일근과 교대 간에도 순환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젠더 형평성’을 위해 교대 근무에도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단 휴게시설 및 교통편의 등을 먼저 정비한 뒤에 추진할 생각이다. 직원들의 능력 배양, 기회 균등, 준칙에 의한 인사를 추진하면 직원들도 충분히 공감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스카이72 상대 재판 1심에서 승소했는데
“스카이72 측에서 항소를 했지만 1심을 통해 옳고 그름이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카이72가 공공재산을 불법점유하고 있으니 이젠 행정당국이 나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정리해주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 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