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표본 늘리자 집값이 껑충… “이전 통계 엉터리” 입증

입력 2021-08-19 04:02

정부가 공식 집값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의 표본을 최근 대폭 확대했다. 그런데 정부가 표본을 확대한 뒤 첫 통계에서부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등 주요 가격지표들이 일제히 ‘억’ 단위로 뛰었다. 표본 확대 이전 통계가 그만큼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을 ‘셀프 입증’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원은 최근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부터 조사 표본을 기존 2만8360가구에서부터 4만6170가구로 대폭 확대했다. 특히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아파트 표본을 1만7190가구에서 3만5000가구로 두 배 이상 늘렸다. 6350가구인 연립주택과 4820가구인 단독주택 표본은 유지했다. 주로 비교 대상이 됐던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의 표본 수(3만6300가구)를 뛰어넘는 규모다. KB 통계 표본은 아파트가 3만1800가구,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은 2000가구, 2500가구다.


부동산원이 표본을 늘리고 난 뒤 처음 발표한 조사에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억8117만원이나 높게 나타났다. 앞서 발표된 KB 조사에서 6월에서 7월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4283만원에서 11억5751만원으로 1468만원 오른 것을 고려하면 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실제 평균가가 1억여 원 올랐다기보다는 표본 확대에 따른 효과로 볼 수 있다.

부동산원의 표본 확충은 그동안 정부 통계인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 통계인 KB 통계보다 주택 가격 상승 폭이 과소 집계된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만 해도 “KB 통계는 호가(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중심”이라며 부동산원 통계보다 정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었다.

그러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집값 상승 폭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마지못해 올해부터 표본 확대 방안을 추진했다. 올해도 표본 확대 전에 발표된 6월까지의 통계를 보면 KB 통계와 부동산원 통계의 격차가 제법 컸다. 6월만 해도 부동산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억2813만원으로 11억4283만원이던 KB 통계와 비교할 때 2억원 넘게 차이가 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부동산원 통계에서는 4억9834만원으로, 6억2678만원으로 집계한 KB 통계보다 1억2000만원가량 낮게 집계됐다. 월별 주택가격 상승률(전국)도 KB 통계에서는 5월(0.96%) 빼고는 1월부터 6월까지 모두 1%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부동산원 통계에서는 단 한 번도 1%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통계 표본을 확대하자 부동산원 통계는 오히려 김 전 장관이 깎아내렸던 KB 통계와 상당히 근접하게 됐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에 대한 부동산원과 KB 집계치는 각각 11억930만원과 11억5751만원으로, 두 통계 간 격차가 5000만원 이내로 줄었다. 6월만 해도 1억원 넘게 차이가 나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7월 들어서는 6억1558만원(부동산원), 6억3483만원(KB)으로 거의 비슷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8일 “표본 확대 전 정부 통계가 그동안 집값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면서도 “이제라도 정부 통계의 정확도가 높아진 건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