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경(1917~2012) 공주사범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3·1운동 무렵인 세 살 때 당고모인 류관순 열사의 등에 업혀 태극기를 흔들었다. 1941년 장기초등학교 교사 시절 신혼 두 달째이던 그는 항일운동 혐의로 일경에 체포돼 3년간 대전형무소, 서울 서대문형무소, 중국 하이난섬 등지에서 옥고를 치렀다.
감옥에서 그는 자신만의 걷기운동으로 영혼과 육체를 지켜냈다. 책은 그가 22세부터 70년간 써온 일기 가운데 걷기와 관련한 회고를 엮었다. 수필에 시조가 곁들어져 고졸한 선비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걷기운동은 그에게 간절한 기도였다.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