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당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곧 (주자 자리에서) 정리된다’고 말했다면서 이준석 대표와 단둘이 나눈 대화를 폭로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대선 경선의 공정성을 놓고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정신 차려라’ ‘대표한테 경고한다’ 등의 험악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분이 안 풀린 이 대표는 방송에 나와 ‘정리’ 발언이 모함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래도 안 믿자 심야에 ‘부모님이 속상해 한다’면서 원 전 지사와 나눈 대화 녹취록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에 발끈한 원 전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주장이 거짓이라며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한 말이 ‘딱합니다’였다.
국민의힘에서 17~18일 벌어진 일이다. 이 정도면 막 가자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죽자는 것처럼 들린다. 책임 있는 제도권 정당이라면 싸움을 해도 정도껏 하고, 공격을 해도 신의와 품위를 지켜서 해야지 밀담을 폭로하고, 녹취록을 터뜨리고, 같은 당 대선 주자를 딱하다고 조롱하는 이런 몰상식한 일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누가 이들을 제1야당 대표와 최고위원, 대선 주자로 여기겠는가.
국민의힘의 내분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잘못이 크다. 처음엔 본인들이 싸우다 대리인들 간의 싸움으로 번지더니 이내 당 전체 싸움으로 비화됐다. 양측은 윤 전 총장의 입당 전부터 지금까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주자를 돋보이게 하기는커녕 본인 통제 하에 길들이려고 공격했고, 걸핏하면 가벼운 처신으로 논란을 빚었다. 윤 전 총장은 지지율 1위인 걸 내세워 거드름을 피우면서 특별 대접을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큰 정당의 대표가 가져야 할 대범함과 1등 주자로서의 겸손함이 부족했기에 이런 아귀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대표는 이제라도 본인이 주인공이 되려는 생각을 버리고 공정한 경선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윤 전 총장도 이 대표의 리더십을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 1등 주자가 경선의 유불리를 지나치게 따지는 것도 쩨쩨해 보인다. 대안 정치세력이 되겠다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양보를 통해 ‘플러스 경선’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여당도 자극을 받는다. 국민의힘에서 이런 이전투구가 더 이어진다면 나중에 제아무리 잘해도 유권자들이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제1야당이 내홍에 휩싸여 있기엔 코로나19 확산세를 비롯해 지금 나라 상황이 너무 엄중하지 않은가.
[사설] 국민의힘 대선 포기할 텐가… 이준석·윤석열 자중하라
입력 2021-08-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