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하게 왜곡된 부동산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줄기차게 나왔으나 정부는 아니라고 우기며 통계 문제를 시정하지 않았었다. 최근에 와서야 바로잡았고, 그 결과 이전의 정부 공식 통계가 조작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음이 확인됐다. 눈감아 줄 수 있는 실수가 아니다. 정부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잘못된 통계에 기반한 정책 오류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부동산 재앙을 만들었다.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9억2813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7월에 11억930만원으로 무려 1억8117만원이나 올랐다. 평균 가격이 한 달 사이에 2억원 가까이 뛰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런 기막힌 결과가 나온 건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부터 아파트 조사 표본을 1만7190가구에서 3만5000가구로 2배 넘게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부동산원 통계보다 훨씬 수치가 높게 나오는 KB국민은행 통계를 깎아내렸다. 정부 공식 통계가 정확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7%밖에 안 올랐다’는 누구도 믿어주기 힘든 억지를 부렸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온 것이다. 그러다 통계청까지 나서서 부실 통계를 지적하자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대폭 늘렸고, 비로소 수치가 KB국민은행 통계와 비슷해졌다.
이제까지 거듭된 통계 왜곡과 부동산 실정으로 인해 정책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탓에 정부 당국자들이 아무리 ‘집값 고점’ 경고를 쏟아내도 시장에선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집값 상승률은 5.98%로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5.36%)을 넘어섰고, 지난달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1.17%)를 기록했다. 패닉바잉은 멈추지 않고 있는데 정부에는 이를 진정시킬 뾰족한 수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사설] 엉터리 부동산 통계 시정했지만 신뢰 회복은 멀었다
입력 2021-08-19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