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와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소설이 나란히 출간됐다. 두 작가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외국작가로 꼽힌다. 올여름 소설시장의 판도를 흔들지 주목된다.
히가시노의 신작 ‘백조와 박쥐’(현대문학)는 올해 작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작품이다. 568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으로 히가시노 소설의 본령인 사회파 추리소설의 매력을 재확인하게 한다.
소설은 선량한 50대 변호사가 살해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30여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또 다른 살인사건이 포개지면서 이야기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하지만 수사를 받던 노인이 두 사건의 범인이 모두 자신이라고 자백하면서 미스터리는 초반부에서 풀려버린다.
소설은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전형적 구도를 버린 대신 단죄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과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데 주력한다. 가해자의 아들은 물론이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까지 가해지는 온라인상의 극렬한 비난, 죄를 밝히고 죗값을 다루는 경찰 검찰 변호사 판사의 한계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공소시효 문제, 경찰의 오인 체포, 언론의 취재 경쟁 같은 문제도 가세한다. 죄와 벌을 둘러싼 굵직굵직한 논점들을 망라하면서 흑백 이분법의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코엘료의 신작 ‘아처’(문학동네)는 활쏘기를 주제로 한 우화 소설이다. 목수로 살아가는 전설적인 궁사가 그에게 도전하러 온 이방인과 대결을 펼치고, 이를 지켜보던 소년에게 궁술의 사상을 전수하는 이야기다.
“활을 만든 나무처럼 유연하고 길 위의 신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화살은 의도다.… 의도는 완전하고 올곧고 예리하고 단호하고 정밀해야 한다” “잘하지 못한 날들을 교훈 삼아 네가 흔들린 이유를 알아내라. 잘한 날들을 거울삼아 내면의 평온으로 이르는 길을 찾아라” 같은 문장이 이어진다.
오랫동안 활쏘기를 수련해왔다는 코엘료는 인터뷰에서 “인생의 기본을 배우는 데 ‘아처’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