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루프 설정은 종종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과거로 돌아가서 내가 했던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느냐고 묻는다. 영화 ‘팜 스프링스’(사진)는 선택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어바웃 타임’과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타임 루프로 모든 것이 똑같이 반복되는, 타의에 의한 삶에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
나일스(앤디 샘버그)는 11월 9일에 갇혀 있다. 잠이 들어도 목숨을 잃어도 눈을 떠보면 11월 9일이다. 아주 오랫동안 이날에 갇혀 있었다. 그의 타임 루프에 우연히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가 뛰어든다. 나일스와 세라는 분노하고 좌절하고 자포자기하면서도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선택과 모험을 한다.
각본을 맡은 앤디 시아라는 “타임 루프 설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방식이 모두 정해진 인물이 다른 인물을 만나면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타임 루프에 빠진 상황에 관심을 갖는 영화들과 다른 방향으로 달려보려 했다”고 말했다.
‘팜 스프링스’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훌루(Hulu)와 배급사 네온에 2250만 달러(약 260억원)에 판매됐고 ‘로튼 토마토’ 신선도 95%, ‘팝콘’ 지수 88%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 2개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19일 개봉.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