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라도 더 얻자” … 민초단 인증에 욕 과외까지 ‘고군분투’

입력 2021-08-21 04:04

대선 후보가 전통시장에서 어묵을 사 먹는 모습으로 친근함을 부각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홍보전의 주무대는 SNS와 유튜브다. 민트 초콜릿을 먹고, ‘발 연기’를 선보이고, 욕 과외를 받는 모습을 SNS와 유튜브로 내보내고 있다.

2030세대의 감성을 겨냥하면서도 다른 세대에게는 친밀함을 주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다. 여야 구분 없이 대권 주자들은 SNS와 유튜브를 이용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상을 올려 ‘민초단’임을 인증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미간을 찌푸린다는 의미인 ‘진실의 미간’을 보이며 한입 가득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다. ‘국밥 드시듯 드시네 ㅋ’와 같이 열광하는 댓글 900여개가 달렸다. ‘반민초단’(민트 초콜릿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민트 초콜릿을 놓고 취향이 찬반으로 갈리는 현상을 익살스럽게 활용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강아지와 보내는 일상 사진을 게시하고 본인을 ‘석열이 형’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등 ‘무거운 검사’ ‘칼잡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SNS 대전에 뛰어들었다. 온 가족이 발 벗고 나선 것이 특징이다. 큰딸은 인스타그램에 가족사진과 최 전 원장의 MBTI(성격유형)를 공유했다. 아내는 유튜브 ‘최재형 TV’에 나와 ‘내 남편 최재형’ ‘최재형의 진짜 모습’ 등을 전하기도 했다. ‘미담 자판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 만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최 전 원장을 돕기 위해 가족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셀프 디스’ 형이다. 유튜브를 통해 내보내는 ‘원희룡의 정책드라마-희룡 부동산’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발 연기를 불사했다. B급 감성의 캐릭터를 선보이는 채널 ‘희드래곤 H-Dragon’에서는 HDBS 방송국의 원희봉 기자로 변신했다. 그는 야권에서 유일하게 메타버스 앱 제페토 계정 ‘업글희룡월드’도 운영하고 있다.


여권 주자들도 SNS·유튜브 전쟁에 참전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캠프는 이 후보의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 탈피를 위해 최근 유튜브 콘텐츠를 대폭 수정했다. 이낙연tv는 지난 5월부터 ‘엄중은 잠시 접고 가실게요’ ‘이낙연 악플모음’을 제작했다. ‘이낙연 아저씨는 맨날 우려만 한다’는 댓글에 그는 ‘더 밝게 할게요’라고 받아치고, ‘지지율 9%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프네요. 잘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방송인 강유미씨가 운영하는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에 등장해 뻥튀기를 먹는 소리로 ASMR(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을 전달하기 위한 소리)을 선보여 조회수 44만이라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정세균 전 총리는 ‘국민 욕쟁이’ 배우 김수미씨를 섭외해 특별 과외를 받았다. 유튜브 영상에서 정 전 총리는 “욕 좀 한 수 배웁시다”라고 청했고, 김씨는 “젠틀맨 소리 좀 듣지 마”라고 훈계했다. 정 전 총리는 틱톡에서 래퍼, 마술사, 카우보이 콘셉트로 독도 홍보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SNS와 유튜브를 정책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후보들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유튜브에는 기본소득, 수술실 CCTV 설치 등 사회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다수를 차지한다. 정책을 노래와 연결하는 등 형식마다 변주를 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을 강조하면 이 지사와 관련된 논란을 가리는 효과가 있다”며 “이 지사가 현안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 윤희숙 의원 등 야권 경제 전문가들도 공약을 홍보하는 창구로 SNS를 사용한다. 유 전 의원은 유튜브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군 가산점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윤 의원도 노동 개혁, 교육 개혁 등 유튜브 채널에서 공약을 알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에 많은 이들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온라인 홍보는 내년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홍준표 최재형 원희룡 하태경 등 야권 후보들은 대선 출정식마저 온라인 생중계만으로 진행했다. 군소 후보에게는 온라인 플랫폼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부 대권 후보는 SNS를 해명 창구로 활용한다. 윤 전 총장은 이준석 대표와 갈등설이 불거지자 인스타그램에 직접 이 대표와 손잡은 사진을 올려 갈등설을 일축한 바 있다.

각 후보 계정의 구독자 수는 인지도와 지지율에 비례한다. 지지율이 높을수록 대체로 구독자가 많다. 야권 지지율 1위 윤 전 총장은 유튜브를 개설한 지 2개월 만에 구독자 12만2000명을 기록했다. 홍 의원의 유튜브 ‘홍카콜라TV’ 구독자는 43만8000명으로 인플루언서 수준이다. 여권 1위 주자 이 지사는 22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위 주자 이 전 대표의 구독자 수는 10만9000명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대 대선에서는 소셜미디어 정치가 더 중요할 것”이라며 “다소 어색한 모습조차도 후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무조건 대중에게 호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SNS나 유튜브에서 지나치게 가벼운 모습을 보일 경우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주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보현 박재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