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윤석열 정리” 발언… ‘이준석 리스크’ 경선판 요동

입력 2021-08-18 00:06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둘러싼 내홍으로 ‘이준석호’가 심각한 내상을 입고 있다. 이번엔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금방 정리된다”고 한 발언 진위 공방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유력 주자와 관련한 이 대표의 거침없는 발언에 공정한 경선 관리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되면서 당대표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 지도부는 파열음의 진원지였던 18일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취소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MBC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발언과 관련해 “원 전 지사와 통화해보니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와 통화한 당사자인 원 전 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원 전 지사는 “국민에게 물어보라”며 “대표가 특정 후보가 ‘정리된다’고 한 것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게 아니라 후보로서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누가 감히 나한테 도전하고 토를 다느냐면서 일일이 페이스북으로 반박하는 것은 말싸움이지 리더가 아니다”며 이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오후 국회방송에 출연해 원 전 지사를 겨냥해 “자신 있으면 제가 주어로 ‘윤석열’이라고 말한 바 있는지 확실히 하라”고 반격했다. 당내 갈등이 서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알면 윤 전 총장 캠프 내의 격앙된 분위기도 ‘정리’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 측은 당내 갈등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18일과 25일로 예정됐던 예비후보 토론회를 취소하고, 25일 비전발표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출범은 23일에서 26일로 연기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회의 참석자 모두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윤 전 총장 측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 토론회 대신 비전발표회 절충안을 채택하면서 파국은 피했지만 이 대표의 리더십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 대표는 “할 말이 없다”며 최고위 모두발언을 생략하는 등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실제로 비공개 최고위 회의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에게 “정신차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최고위원이 특정 인사가 선관위원장이 되는 걸 선호한다는 대선주자 캠프 여론을 전달하자 격분했다고 한다. 그러자 배현진 최고위원은 “당이 시끄러운 건 이 대표 잘못도 있다”며 “나도 최고위원으로서 똑같이 경고하겠다”고 맞받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도읍 정책위의장까지 나서 “정말 부끄럽다. 이런 모습 보여주는 게 맞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서병수 경준위원장과 최고위원들이 소셜미디어나 발언에 신중한 처신을 당부하자 이 대표는 “많이 참고 있다”며 발언을 자제했고, 회의 뒤 취재진 앞에서도 침묵했다.

한편 김태호 의원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제 역할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끝난 듯하다”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출마를 포기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