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교 고정관념 깨는 데 도움… 목회 중요 순간 늘 함께해”

입력 2021-08-18 03:07
홍정길 목사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그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를 통해 소개된 사역들을 회고하며 “국민일보가 한국교회가 하는 일들을 참 많이 알렸다”고 말했다. 신석현 인턴기자

“교회 건물에 지출되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선교와 구제, 교육 및 인재양성에 주력하는 학교교회가 새로운 교회모델로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홍정길(79·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가 국민일보 지면에 처음 등장한 건 1993년 1월 13일자였다. 남서울교회에서 개척해 나간 남서울중동교회에 관한 기사였다. 그때도 홍 목사는 지금처럼 선교와 구제, 교육, 그리고 인재양성에 힘을 쏟는 목회자였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장애인 특수학교 밀알학교에서 만난 홍 목사는 첫 기사 내용을 듣고선 기억을 더듬어 그때 일을 들려줬다. 남서울교회 성도 중 한 분이 중동고등학교 이사장이었는데, 홍 목사가 그분 심방을 하러 학교로 갔다가 체육관에 장의자가 깔린 걸 봤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분은 자기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드는 생각이 어떤 교육보다 예수님을 믿게 하는 게 최고의 교육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교회처럼 장의자를 갖다 놨다는 거였다. 이사장은 그곳에서 크리스천 교사들 중심으로 기도 모임을 드렸다.

홍 목사는 이사장에게 그럼 주일엔 이곳을 어떻게 쓰는지 물었다. 당연히 주일엔 비워 놓는다고 했다. 홍 목사는 이거다 싶었다. 이사장에게 이곳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남서울중동교회를 개척했다. 지금이야 학교 건물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이 여럿 있지만 이때만 해도 파격적인 시도였다.

홍 목사는 “하나님을 섬기면서 우리의 정성을 어디에 쏟을 건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예배당 크게 짓는 것보다 학교에 들어가는 게 훨씬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96년 3월 54세의 나이로 남서울교회 목사직을 사임한다. 국민일보는 홍 목사의 고별예배를 기사로 전하는데, 당시 홍 목사는 “개척하고 21년간 목회한 교회를 떠난다는 건 무척 아쉽지만 아무도 안 해본 일을 하고 싶으며 또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담임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홍 목사가 말한 아무도 안 해본 일, 가보지 않은 길은 ‘장애인 복지 선교’였다.

홍 목사는 “서울시 인가를 받아 밀알학교를 짓고 있던 때였다”며 “기도 중 밀알학교를 위해 교회를 떠나라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셨고, 밀알학교를 완공하고 장애 아동들의 교육과 자립에 집중하기 위해 당회에 사임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밀알학교 짓는 데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었다. 소송까지 걸고 했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밀알학교에 홍 목사는 남서울은혜교회를 개척했다. 남서울중동교회와 은혜교회가 연합한 교회였다. 그는 이곳에서 목회하다 2012년 은퇴했다. 남서울은혜교회는 지금도 홍 목사 사역의 든든한 동역자로 함께하고 있다.

이야기 도중 홍 목사는 기사 하나를 기억해 냈다. 98년 11월 13일자 국민일보 기사였다. 목회자 24시를 다루는 코너였는데 그 회 주인공이 홍 목사였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홍 목사의 하루가 기사에 묻어났는데, 밀알학교에서의 일과도 고스란히 담겼다.

홍 목사는 “이 기사가 장애인 학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시설 하면 폐쇄적인 곳으로 생각들을 했나 본데, 밀알학교는 열린 공간으로 다 오픈했다. 그래서인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많이 놀라워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도 자기들이 장애인 부모라는 게 드러나지 않는 학교라고 그게 참 좋다고 하더라”는 말도 전했다.

홍 목사는 가끔씩 들리는 장애인 시설 기피 뉴스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들”이라며 “아직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여기도 그랬다”며 “그런데 지금 반대하던 그때보다 집값이 10배는 더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복음주의 1세대이자, 복음주의 4인방 중 한 명인 홍 목사는 밀알학교 외에도 유학생 선교 운동 단체 ‘코스타’와 캠퍼스 선교 단체 연합 ‘학원복음화협의회’, 그리고 ‘남북나눔운동’ 기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모두 홍 목사가 설립에 관여한 단체들이다. 이밖에도 홍 목사가 처음 개척했던 남서울교회가 다시 분립 개척한 교회·단체만도 23개나 된다.

홍 목사는 “그러고 보면 국민일보가 한국교회가 하는 일들을 참 많이 알렸다”며 “목회하는 데 필요한 여러 것들을 국민일보가 도와줬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보니 목회의 중요 순간순간마다 국민일보가 함께했다고 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 ‘하야가 최선입니다’를 유일하게 지면에 실어준 곳도 국민일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목사는 “앞으로도 국민일보가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는 “기독교 색채가 드러나 있는 매체지만, 누가 읽어도 보편타당하고 신뢰할 만한 매체로 발전했으면 한다”며 “독자들이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마음으로 따라가는 매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