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악재에 환율 ‘高高’ 주식 ‘苦苦’… 심상찮은 금융시장

입력 2021-08-18 04:04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과 미국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우려에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종가 기준 1170원선을 훌쩍 넘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8.3% 가량 올랐다.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연일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원화 약세와 주가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3원 오른 달러당 1176.3원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 지난해 9월 15일(117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는 1179원까지 오르며 1180원선을 넘보기도 했다. 지난 12일 1161.2원으로 장을 마치며 1160원대를 돌파한 이후 불과 2거래일 뒤에 1170원을 돌파한 것이다. 한달 전만 해도 환율은 1130~1140원선이었다.

달러 강세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한 배경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테이퍼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도 작용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 가치 하락은 최근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 한몫했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것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원화의 ‘나홀로 약세’에 일조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딘 측면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수입제품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 확산에다 물가 오름세까지 겹칠 경우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의 달러 예금은 급감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5월 말 602억 달러 수준에 머물던 달러 예금은 6월부터 감소 추세에 들어가 석 달도 안 된 이달 중순 현재 63억6600만 달러나 줄었다. 달러 시세가 단기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개인과 기업이 ‘팔자’ 행렬에 동참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를 배경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시장서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4120억원을 팔아치우며 6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코스피에서 7조4580억원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해당 기간에 삼성전자를 6조300억원, SK하이닉스 1조96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는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을 가장 많이 팔았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2포인트(0.89%) 내린 3143.09에 장을 마치며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에서 5900억원 정도를 사들이며 7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올해로 범위를 넓히며 국내 증시에서 개인과 외국인의 투자 행태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난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1월 4일~8월 17일) 개인은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79조930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그러나 외국인은 29조9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순매수 종목별로도 개인과 외국인은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개인 순매수 1·2위는 삼성전자(31조5460억원), SK하이닉스(5조7430억원)였지만, 외국인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순매도 1·2위에 해당됐다(순매도액 각각 18조7000억원, 3조1680억원).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이슈 등으로 당분간 외국인 수급 전망은 밝지 않지만, 시장이 이를 반영하고 난 뒤에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의 공급 문제는 4분기부터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아 강준구 김지훈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