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카불 르포… 서방 “공포와 적막”-중국 “노동자 꿀잠”

입력 2021-08-18 00:04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대원이 16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을 빠져나오는 주민들의 가방을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선 공포 정치가 시작됐다고 서방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탈레반 대원들이 거리 곳곳에서 불시검문을 벌이는 바람에 여성들의 발길이 끊겼고 시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가 전한 아프간 수도 카불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카불에 남은 중국 기업인들은 대체로 현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카불 시내로 들어가는 검문소에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아프간 군경이 지키고 있던 자리를 꿰차고 행인과 차량을 일일이 수색했다.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고 도로를 오가는 차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탈레반 행세를 하는 약탈 무리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세의 한 아프간 남성은 BBC에 밤늦은 시각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이 집으로 찾아와 다짜고짜 아프간 정부 관련 인사가 살고 있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가발을 쓰고 탈레반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건을 훔친다는 페이스북 글을 봤다”며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우리 집을 털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카불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난장판이 됐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는 여전히 긴 행렬이 이어졌다.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담벼락에 올라타거나 철조망을 넘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허공에 대고 총을 쏘며 위협했다.

이에 반해 카불에 머무는 중국인들이 전한 분위기는 같은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한 중국인 기업인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밤새 차이나타운을 지킨 아프간 근로자들은 잠을 자고 있다. 거리에는 미소 띤 얼굴로 아침을 파는 노점상이 다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토요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전기가 차단됐지만 발전기와 화웨이 설비가 있어 인터넷을 쓸 수 있다”거나 “탈레반을 환영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는 기업인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아프간의 상황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