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을 둘러싼 제1야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6개월여 앞둔 대선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와해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당처럼 비친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싸움이 당 전체로 번지면서 경선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졌다. 당대표 측과 최고위원들 간에도 연일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고, 녹취파일 공개 및 통화내용 폭로와 같은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총장 측이 반대해온 18일 정책토론회를 취소하고 25일 토론회도 정견 발표회로 대체하기로 했지만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측의 전방위 공세 때문에 한발 물러선 것이지만 향후 당 선거관리위원장 인선이나 경선 방식 등을 놓고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게다가 토론회가 취소되자 이번에는 다른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이날 터져나온 ‘윤석열 정리’ 발언으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충돌은 더 격해질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최근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하면서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발언했다는 것으로, 윤 전 총장 측이 이를 빌미로 이 대표에 대한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특정 주자를 배척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나, 연일 당대표를 흔드는 것에 올인하는 윤 전 총장 측 모두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있긴 마찬가지다. 지난 15일에는 이 대표 측이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유출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이제 당에 신의는 사라지고 배신과 폭로만 남은 게 아닌가 싶다.
제1야당의 이전투구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4·7 재보궐선거 때 여당의 독선을 심판하려고 유권자들이 야당에 표를 던졌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제1야당은 대선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인 양 기고만장한 모습만 보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제1야당이 건재하고 대선 경선을 불협화음 없이 잘 치러내야 여당도 자극받아 더 번듯한 후보를 뽑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딴판으로 흘러가면서 자칫 이번 대선이 하향평준화로 치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의힘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이런 식의 3류 정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내분이 더 확산된다면 내년 대선은 물론이고 지방선거에서도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설] 연일 추한 폭로전과 난타전… 국민 우습게 보는 제1야당
입력 2021-08-18 04:03